“난민촌 아이들은 일곱 빛깔 무지개 위를 검은색으로 박박 다시 칠했어요. 전쟁과 폐허, 난민촌의 어려움 등이 어린 마음을 그렇게 만든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지요. 그런 마음을 담아 만들었습니다.”
시리아·파키스탄·이라크 난민들이 수용된 그리스의 레스보스섬 난민촌에서 약 한 달간 봉사활동을 한 청년들이 난민촌 어린이들의 아픔을 담은 동화책을 펴낸다. 책 제목은 ‘9월 2일’(가제). 2015년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알란 쿠르디가 해안에 엎드려 숨진 채 발견된 날이다. 저자는 한국외국어대 아랍어통번역과 김준형(27) 김유한 씨(24)와 같은 대학 철학과에 재학 중인 주기환 씨(26). 이들은 올 1학기 ‘이슬람 사상의 이해’라는 수업을 듣던 중 서로 ‘난민’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고 봉사활동을 해보기로 계획했다. 비용은 일단 한국장학재단이 주최하는 ‘제6기 세계를 향한 꿈도전단’에 선발된 것으로 해결할 수 있었지만, 더 큰 문제는 난민촌에서의 봉사활동을 허가받는 것. 일단 목적지는 난민들이 서유럽으로 가는 관문인 그리스로 정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국내에는 도움을 줄 만한 구호단체도 없는 상황. 통상은 우리나라 국방부와 그리스 정부의 허가를 거쳐 가야 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는 단점 때문에 이들은 현지에서 해법을 찾기로 결심했다. 난민촌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외국 구호단체의 초청을 받으면 국가의 허가 없이도 출입이 가능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국 전까지 그리스의 구호단체들과 연결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결국 현지에서 부딪혀 보자며 무작정 오른 비행기. 행운은 그리스 현지에서 찾아왔다.
“아테네에서 무작정 구호단체, 문화단체를 찾아 명함을 돌리고 도움을 요청했어요. 그러다 만난 한 60대 여성이 고민해 보겠다더군요. 두 번째 만남에서 그를 통해 구호단체에서 일하는 사람을 소개받고 봉사활동을 할 수 있게 됐죠.”
이들은 6월 27일∼7월 20일 그리스 레스보스섬의 모리아 난민촌과 카라테페 난민촌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이들은 특히 무너진 아이들의 일상이 가장 마음 아팠다고 했다.
“아이들이 산을 그렸길래 자세히 보니 산이 아니라 무덤촌이더라고요. 돈을 가장 많이 그렸는데, 그 그림을 보여주며 구걸을 하고 있었습니다. 먼 미래에 대한 꿈은 고사하고 다음 끼니만 하염없이 기다리는 아이들을 보며 가슴이 먹먹했죠.”
한국에 돌아와서도 이들은 어떻게 하면 난민촌 아이들을 도울 수 있을까 고민하다 동화책을 만들기로 했다. 자신의 생일조차 잘 모르는 난민촌 아이들과 한국 아이들의 생일을 비교하는 내용이다. 이번에 함께 가려고 했으나 못 간 친구 김민찬 씨(27)가 삽화를 맡았다.
김준형 씨는 “책 수익금은 난민 아이들을 위해 쓸 계획”이라며 “모두 장래의 꿈은 다르지만 앞으로 난민 관련 협동조합을 설립해 해외 난민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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