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개봉해 인기를 끈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에는 환상적인 장면이 나온다. 호수마을 이토모리의 밤하늘에 각양각색의 불꽃이 터지는 장면이다. 남녀 주인공 다키와 미쓰하는 그날부터 엇갈린 운명 속으로 빠져든다. 불꽃은 사람의 마음과 감성을 흔드는 마법을 가졌다.
이달 30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도 2017 서울세계불꽃축제가 열린다. 여기도 영화처럼 불꽃의 매력에 빠진 두 사람이 있다. 한화 불꽃프로모션팀 화약부문에서 축제를 기획한 문범석 차장(44)과 디자인을 총괄한 윤두연 대리(33)다. 22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불꽃은 종합예술이에요. 캔버스 대신 밤하늘에, 붓 대신 폭약과 조명 음악으로 그림을 그리는 일이죠.”(문 씨)
올해는 불꽃으로 삶의 환희와 서울의 이모저모를 보여줄 예정이다. 윤 씨는 “광화문, 이태원 등 서울의 명소를 다양한 불꽃으로 그렸다”고 말했다. 배경음악도 가수 김건모의 ‘서울의 달’로 시작한다.
2000년부터 매년 해온 불꽃축제를 좀 더 다르게 만들기 위한 시도도 있었다. 초창기에는 불꽃만 쐈지만 지난해에는 내레이션과 스토리텔링(이야기)을 넣었다. 올해는 영상을 더할 예정이다. 윤 씨는 “피날레(마지막 장면)가 달라진 것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까지는 금빛 불꽃이 쓰였다. 윤 씨는 올해 이를 새하얀 백색 불꽃으로 바꿨다. 그는 “순백의 느낌을 전달하고 더 강렬한 느낌을 주기 위해 반짝이는 화이트 불꽃으로 변화를 꾀했다. 압도당하는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라보면 예쁜 불꽃이지만 이를 디자인, 기획하고 현장에서 다루는 일은 그리 낭만적이지 못하다. 오히려 인명 사고의 위험, 변수가 늘 도사리고 있어 전쟁터나 다름없다. 문 씨는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라며 “특히 바람은 커다란 위험 요소”라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300m 상공으로 올라가 터지는 불꽃이 바람에 날려 자칫 다른 곳으로 가서 터지면 대형 사고가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법적으로 바람이 초속 10m 이상으로 세게 불면 축제를 취소해야 한다.
윤 씨도 머리를 쥐어짜며 고민을 했다. 그는 “가장 어려운 점은 리허설을 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명, 음악은 시험해 볼 수 있지만 불꽃은 당일 한 번만 터뜨린다. 때로는 의도한 것과 다른 모습으로 터질 때도 있다. 그래도 불꽃을 쏠 수 있으면 다행이다. 윤 씨는 “폭우가 쏟아져 지방축제를 접은 적도 있다”며 “몇 달간 준비했는데 비에 젖은 화약에서 시커먼 물이 빠져나오는 모습을 망연자실하게 지켜봐야 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처음부터 불꽃에 일가견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2000년 입사한 문 씨는 원래 로켓추진제 연구와 개발업무를 담당하다 2008년부터 불꽃축제를 맡았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윤 씨도 “입사 전까지 화약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지방축제에서 5분, 7분 분량의 작은 불꽃을 담당했는데 처음 내가 디자인한 불꽃이 상공에서 터졌을 때 가슴이 벅차 눈물을 흘릴 뻔했다”고 말했다.
30일 축제를 보러 올 시민들을 위한 관람 팁도 빼놓지 않았다. 윤 씨는 “노랫말을 불꽃으로 표현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배경음악으로 쓰인 악동뮤지션의 노래 가사가 ‘별 하나 있고’로 시작하는데 정말 별이 하나씩 뜨는 걸 눈여겨보면 재밌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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