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후 프랑스 대통령이 머무는 엘리제궁 바로 옆 파리 최고급 호텔인 르브리스톨 연회장. ‘파리 패션위크’를 맞아 패션쇼를 찾은 파리 시민 레미 씨는 “강한 선과 색으로 표현된 백호랑이가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그가 찾은 패션쇼는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디자이너로 유명한 양해일 디자이너의 해일(Heill) 2018 봄여름 컬렉션이다. 그는 이번 컬렉션에서 한국 전통 민화를 소재로 한 작품을 대거 선보였다.
백호랑이 무늬가 새겨진 셔츠를 입은 양 디자이너는 “민화는 한국에만 있는 고유의 문화로 고양이, 새, 호랑이, 꽃 등 소재가 친숙해 전 세계적으로도 거부감이 없다”며 “선과 색이 아주 세련돼 지금 디오르나 샤넬 무늬로 내놓아도 전혀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그가 옷에 새긴 민화의 선과 색깔은 원형 그대로다. 시대가 흘러 변색된 색의 원색을 찾기 위해 프랑스 현지의 원형 재생팀과 공동 작업을 했다. 양 디자이너는 “민화의 가장 큰 특징이 작가가 누군지 모르는 미상이라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민화를 소재로 한 작품을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선보인 작품 34벌 중 단 한 벌만이 예전에 공개된 적이 있었다. 김 여사가 지난달 23일 미국 뉴욕 방문 귀국길에 입었던 백호 무늬가 들어간 검은색 정장이 그것이다. 김 여사가 양 디자이너의 작품들 가운데 특별히 이 옷을 선택한 이유는 옷에 수놓인 백호랑이가 평창 겨울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평창 올림픽 홍보대사이기도 한 양 디자이너는 이날 패션쇼가 끝난 후 수호랑 마스코트 인형을 들고 선 한국 모델과 함께 피날레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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