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소개되는 이탈리아 영화가 예술 영화가 많아 다소 재미없고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실제 이탈리아 영화 중에는 할리우드 영화 못지않게 재미있는 것도 많습니다. 그런 영화들을 한국에도 널리 알리고 싶었어요.”
31일까지 서울과 인천에서 열린 ‘이탈리아 영화제’를 기획한 정란기 씨(51·번역가·사진)는 14일간 진행된 영화제를 마감하며 이렇게 말했다. 올해로 9회째 이탈리아 영화제를 열고 있는 정 씨는 이 공로로 최근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이탈리아 국가공로훈장(Cavaliere dell‘ordine della stella Italiana)’을 받았다. 이 상은 이탈리아를 널리 알리거나 위상을 높인 사람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한 정 씨가 이탈리아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결혼 직후 남편과 함께 이탈리아를 방문하면서부터. 이탈리아어를 배우지 않아 TV에 나오는 이탈리아 영화가 무슨 의미인지는 몰라도 아름다운 장면으로 가득했다. 정 씨는 “그때 말을 알아들으면 더 볼 게 많고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렇게 언어 공부부터 하면서 영화와의 인연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1996년 귀국한 뒤에는 본격적으로 영화 관련 공부를 시작했다. 한국외국어대에서 이탈리아어 문학 석사학위를 받고, 중앙대 공연영상학과도 다녔다. 이 과정에서 이탈리아 영화 정보를 소개하는 ‘이탈치네마’란 사이트도 만들어 운영했다. 정 씨는 “언젠가 이 홈페이지에서 소개하던 영화들을 이탈리아 영화 동호인들과 생생하게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런 취지에서 ‘이탈리아 영화제’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영화제 준비에는 이탈리아에서 만난 현지 영화인들이 큰 도움을 줬다. 상영하고 싶은 영화는 해당 감독과 직접 e메일을 주고받으며 허락을 받았고, 베니스 영화제 집행위원장인 알베르토 바르베라는 정 씨가 영화제에 전시하고 싶은 사진을 직접 보내주기도 했다.
저작권 해결부터 장소 섭외까지 모든 걸 혼자 하던 이탈리아 영화제는 올해부터는 이탈리아문화원과 서울시가 협조하는 큰 행사로 자리 잡았다. 서울과 인천 등 7군데 극장과 전시장에서 70여 편이 상영됐고, 영화와 관련된 사진도 200여 점이 전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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