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다닐 때 공부를 잘했는데 ‘생존을 위한 사고’가 필요한 상황에 처하면 무력해지는 사람이 적잖다. 공식이나 세팅이 주어지지 않았을 때 혼자 능동적으로 길을 찾아 적절히 생각하는 능력을 되찾기 위한 도구로 이 책이 쓰이길 바란다.”
신간 ‘생각하는 카드’(홍시)를 펴낸 이명석 씨(47)는 직함 소개를 간명하게 할 수 없는 인물이다.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한 뒤 잡지 기자, 칼럼니스트, 인문학 강연자, 파티 기획자, 스윙댄스 공연 안무가, 라디오 DJ, TV 프로그램 패널, 일러스트레이터 등 다방면으로 활동해 왔다.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이 씨는 “제도권 밖 지식인으로서의 내 삶 자체가 우리 사회에 작은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공부하는 걸 좋아했지만 조직생활이 더 중요하게 요구하는 ‘학문 외 업무’를 수행할 소질이 없음을 일찌감치 자각했다. 대학교수나 뇌과학자가 아닌 내가 강단의 권위에 기대지 않고 사회에서 어느 정도 가치를 발휘하며 살아갈 수 있는지 늘 실험하는 기분이다.”
생각의 경험을 시각화해서 타인과 공유하는 놀이에 대해 책이나 강연을 통해 제안해온 그가 이번 책에 소개한 도구는 ‘카드’다. 잘라내기, 선택, 링크, 패턴, 루틴, 피라미드 등 68가지 키워드를 화두 삼아 어떤 한 가지 생각을 확장해 다른 생각과 연결지어 조직하는 방법에 대해 기술했다.
‘게슈탈트(gestalt·형태)’에 대해 다룬 장(章)에서는 먼저 부분적 요소가 예상 밖의 전체를 이루는 이미지를 담은 카드를 제시한 뒤 ‘개별 요소의 총합을 뛰어넘는 전체’에 대해 사고하는 구체적 사례를 적었다. ‘링크’에 대한 설명에서는 두 고리를 연결짓는 이미지 카드를 제시하고 문학작품에 나타난 비유를 탁월한 링크의 예로 들었다.
“생각법에 대한 카드놀이를 통해 창의성이라는 화두에 덧씌워진 ‘신화’를 흩뜨리고 싶다. 집단적 고정관념 안에서 멀리 떨어진 것으로 여겨져 잘 연결되지 못했던 것을 과감히 연결하는 유연함이 창조의 본질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분위기는 그런 파격을 암암리에 터부시한다. 창의성을 억압하면서 그것을 신화화하고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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