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안엔 교회공동체를 사유화해서 개인이 소유하려는 욕망에 휩싸인 이들이 존재합니다. 복음의 정신을 온전히 되살리는 에큐메니컬(교회일치) 운동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신임 총무로 선임된 이홍정 목사(61)는 최근 일부 대형 교회의 세습에 대해 “자기우상화의 길을 가는 퇴행적 교권정치 문화”라고 비판했다. 이 목사는 “지난달 20일 취임 첫날부터 바로 회의가 열리는 등 무척 바쁘다”며 “교회 안팎으로 심각한 상황에 처한 만큼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만난 이 목사는 시종일관 차분하면서도 왠지 모를 결기가 느껴졌다. 그는 “지금도 하나님께서 내면에 일으킨 두려움의 소용돌이를 온 마음으로 느끼고 있다”며 “‘두 개의 십자가’를 짊어진 기분”이라고 신임 총무로 선임된 소감을 밝혔다. 그는 “친누님이 왜 굳이 스스로 자꾸 고난의 길을 가느냐고 물었다”고 말했다.
이 목사가 말한 심각한 상황이란 두 개의 십자가와도 직결된다. 첫째, 분단과 냉전의 문화를 극복하는 민족공동체의 치유와 화해를 일컫는다. 둘째, 최근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는 한국교회의 갱신과 변혁이다. 이 목사는 “명약관화한 경고음이 지속적으로 들리는데도 돈과 권력과 명예에 대한 탐욕을 제어하지 못한 채 위기로 치닫고 있다”고 말했다.
“총무를 맡았다고 지금까지 NCCK가 걸어온 길에서 크게 벗어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앞으로 지역교회와의 연계를 강화하고, 미래 지도자를 양성하는 교육 훈련을 강화하는 데 더 노력을 기울이려 합니다. 또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동북아시아에서 평화를 사랑하는 시민들의 연대가 더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이 목사는 젊은 시절 5·18민주화운동이 인생을 바꾸는 큰 전환점이었다. 당시 그는 광주에서 ROTC(학군사관) 교육을 받다가 시민들이 잡혀와 고초를 겪는 광경을 직접 봤다. 이 목사는 “군인 신분이라 할 수 있는 게 없었지만 당시의 내적 고통이 이후 사회운동에 헌신하는 밑거름이 됐다”고 회고했다. 이후 비무장지대 수색대 소대장으로 복무한 경험도 한반도 평화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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