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단체 투명해져야 기부문화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6일 03시 00분


에바 올드리치 CFRE 회장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KSoP 창립기념 국제포럼’에 참석한 에바 올드리치 CFRE 회장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자신감을 갖고 공공의 신뢰를 쌓자”며 한국 비영리단체 실무자들을 독려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KSoP 창립기념 국제포럼’에 참석한 에바 올드리치 CFRE 회장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자신감을 갖고 공공의 신뢰를 쌓자”며 한국 비영리단체 실무자들을 독려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불우 아동청소년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성금 128억 원을 횡령한 비영리단체 ‘새희망씨앗’ 사건, ‘어금니 아빠’ 이영학의 기부금 횡령 사건이 드러날 때 사람들은 기부를 망설인다. 내가 낸 돈이 제대로 쓰일까 걱정이 된다.

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 필란트로피 소사이어티(KSoP) 창립기념 국제포럼에 참석한 에바 올드리치 CFRE 회장은 “미국에서도 끔찍한 모금 사기가 있었다”며 “비영리단체가 더 많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신뢰감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CFRE는 국제 모금전문가 인증기관으로 1981년 미국 워싱턴에서 출범했다. 모금 전문가의 투명성을 어떻게 확보하고 어디에 기부할 것인지의 고민을 해결하자는 취지에서였다. 그동안 20개국 모금 전문가 6000명을 인증했다.

올드리치 회장은 1990년대 초반 미국에서 불거진 ‘애러모니 스캔들’을 예로 들며 “사람이 하는 일인 만큼 앞으로도 기부금 사기 문제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윌리엄 애러모니는 풀뿌리 모금기관을 통합한 공동모금회 UWA(United Way of America)의 수장이었다. UWA는 1970년 7억 달러를 모금했지만 1990년에는 30억 달러까지 모았다. 그러나 언론이 애러모니의 추악한 본모습을 폭로했다. 그는 라스베이거스에서 도박을 즐기고 뉴욕과 마이애미에 아파트와 콘도를 샀다. 여러 연인과 초호화 여행을 즐겼다. 이 돈이 모두 기부금에서 나왔다.

올드리치 회장은 “비영리단체 수천 개가 잘한다 해도 이런 사건이 터지면 향후 10년 이상 기부문화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런 경험 때문에 미국 같은 이른바 기부선진국은 비영리단체 정보공개와 투명성을 강조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국가가 규제하지 않고 자기규제를 하도록 유도한다. 비영리단체가 세금환급을 받으려면 국세청에 회계정보와 인적사항을 보고해야 한다. 이사진은 누구인지, 누가 기부프로그램을 개발했는지 쉽게 정보를 얻는다.

올드리치 회장은 포럼에 참석한 국내 비영리단체 실무자들에게 “장밋빛 활동을 담은 사진뿐 아니라 도전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까지 기부자들에게 정직하게 공개하고 궁금증이 남지 않을 정도로 설명하라”고 주문했다.

이날 CFRE는 KSoP와 투명한 모금 및 사용을 위한 정보 제공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KSoP는 한국 기부문화를 좀 더 성숙하게 하자는 취지로 비영리단체와 의료인들을 주축으로 올 5월 출범했다. 초대 회장은 유승흠 한국의료지원재단 이사장이다. 이날 포럼을 공동주최한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모금의 신뢰성이 강화된다면 비영리 분야가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불우 아동청소년#기부금 대모 에바 올드리치#기부선진국#비영리단체 정보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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