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너 배재철씨, 日후원자 추모공연
日서 가장 존경받는 의사와 우정… 함께 열도 누비며 평화토크 콘서트
7월 106세 나이로 히노하라 타계… 초상화 무대에 놓고 아리랑 열창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10일 오후 일본 도쿄(東京) 신국립극장 오페라팰리스. 공연장을 가득 채운 1500명의 관객 앞에서 테너 배재철 씨(48)가 아리랑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숨죽인 채 듣던 객석에선 노래가 끝나자 열광적인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날 공연장에선 올 7월 106세로 세상을 떠난 히노하라 시게아키(日野原重明) 세이루카 국제병원 명예원장의 추모 행사가 열렸다. 히노하라 원장은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의사이며 생전에 ‘평생 현역’, ‘평화 전도사’로 불렸다. 2013년 배 씨의 노래를 처음 듣고 “내 생에서 음악을 통해 신을 느낀 것은 처음”이라며 감동해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배 씨는 1993년 동아콩쿠르에서 우승한 후 유럽에서 활동하던 세계적인 성악가다. 2005년 갑상샘암 진단을 받고 수술 후 목소리를 잃었지만 일본인 프로듀서 와지마 도타로(輪島東太郞) 씨의 도움으로 목소리를 찾아 재기했다. 그와 와지마 씨의 사연은 2014년 유지태 주연의 영화 ‘더 테너―리리코 스핀토’로 제작됐다.
배 씨와 히노하라 원장은 60년 가까운 나이 차에도 두터운 우정을 쌓으며 한일 화해·협력의 상징이 됐다. 히노하라 원장은 “둘이 하나의 몸이 돼 평화의 길을 걷겠다”며 고령에도 배 씨와 일본 전역을 누비며 10회 이상 평화 토크 콘서트를 했다.
그는 병상에 누워 구술로 남긴 책 ‘살아가는 당신에게’에서 “매번 눈물과 기립박수로 마무리되는 토크 콘서트 현장을 보면서 세계 평화가 언젠가 실현될 거란 확신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책은 일본에서 9월 출간된 후 25만 부가량 팔렸다.
배 씨는 히노하라 원장의 초상화가 놓인 무대에서 아리랑을 포함해 4곡을 부르고 앙코르로 ‘어메이징 그레이스’, 히노하라 원장이 직접 만든 ‘사랑의 노래’ 등을 열창했다. 히노하라 원장은 생전에 특히 배 씨의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좋아했다. 그는 공연 후 대기실에서 기자와 만나 “돌아가시기 한 달 전 새 음반을 들고 찾아갔을 때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시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며 “마지막 인사라고 생각해 마음으로 불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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