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버지 일송(一松) 최영수 기자는 1933년 6월 동아일보에 입사해, ‘신동아’부에 근무하며 만화와 삽화를 그리시고 수필, 시나리오 등 여러 장르에 걸쳐 많은 작품과 기사를 남기셨죠. 당시 문화계에 ‘동아일보에 최영수, 조선일보에 안석주’라는 말이 회자되었다니 신동아 시절은 하루하루가 아버지의 빛나는 나날이었어요.
아버지의 열정 어린 청춘기요, 전성기였던 때의 신동아가 지령 700호를 맞이했답니다. 6·25전쟁 시 납북돼 총살당하셨다는 신문기사(동아일보 1962년 4월 2일자)를 읽었으나 믿지 않았어요. 그 후로도 아버지의 소식은 전혀 알 길이 없으니 억울하고 기막힐 뿐입니다. 만약 납북당하지 않고 천수를 누리셨다면 ‘신동아’ 무대에서 더 맘껏 춤추셨겠지요.
‘때가 되면 슬픔도 얌전한 그리움이 되네’(문대남 ‘나무 앞에서’)라는 시구를 읽으며 어린 날의 신산한 슬픔일랑 산 노을 같은 그리움으로 바꾸어 살아가고 있어요. 아버지, 단언컨대 ‘신동아’는 700호를 넘어 영원히 발행될 것입니다. 그래야 아버지가 그리울 때마다 ‘신동아’를 옆구리에 끼고, 비록 4년 동안이었지만 납북 전까지 제 얼굴을 매일 어루만져 주시던 아버지의 체온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 최영재 작가(사진)는 1948년생. 지난 40여 년간 교사생활을 했으며 몇 권의 동시집과 장·단편소설을 펴낸 문인(文人)이다. 197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에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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