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눈앞 이익만 보고 대기업 투자에만 의존하면 기술 하청업체로 전락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8일 03시 00분


[3만 혁신기업이 3만달러 한국 이끈다]구글 출신 벤처투자자 데이비드 리

“스타트업이 투자받는 대기업에 의존적이지 않으려면, 스타트업은 여러 대기업에 기술과 서비스를 공급하는 기업이라는 자체 인식이 필요하다.”

지난해 12월 11일 만난 한국계 미국인 벤처투자자 데이비드 리 씨(48·사진)는 “스타트업들이 투자 유치에 혈안이 돼 소수의 대기업 지원에 의존적인 경향으로 가선 안 된다”고 말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들이 최근 스타트업을 지원해 빠른 성장을 도모하고 있지만 대기업의 투자가 불러오는 맹점을 경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2000년 구글에 입사한 구글 초창기 멤버인 리 씨는 벤처캐피털 ‘XG벤처스’를 공동 창업하며 벤처 투자자가 됐다. SK텔레콤벤처스의 고문을 맡아 많은 스타트업 투자를 진행했고, 국내에선 구글의 지원을 받은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케이스타트업’을 설립했다.

그는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돈을 빨리 벌고 싶어 5∼10년 후를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1, 2곳의 대기업으로부터 100%에 가까운 투자를 받아버리면 중립성을 잃고 대기업의 하청업체처럼 발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은 기술과 서비스 공급자로, 대기업은 이에 대한 구매자라고 인식하는 관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한국에서도 투자 관련 규제가 풀려야 혁신 아이디어 발굴이 활발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에선 금산분리 규제로 지주회사는 CVC를 보유할 수 없게 돼 있다. 대기업의 스타트업 투자가 활발하지 못한 이유로 꼽히는 배경이다. 그는 “지분 소유권 비율, 의결권 등의 투자 조건을 완화해야 스타트업 투자 환경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 투자가 활발해지면 더 많은 사람이 아이디어를 시험하게 되고 당연히 더 많은 일자리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스탠퍼드=박은서 기자 cl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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