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허브, 다양성이 생명” 이민자-저소득층엔 입주비 면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5일 03시 00분


[3만 혁신기업이 3만달러 한국 이끈다]<5> 佛 스타트업 단지 스테이션F

1000개 스타트업 키우는 ‘세계 최대 요람’ 프랑스 파리에 세워진 세계 최대 스타트업 캠퍼스 단지 
스테이션F의 ‘창조 공간(Create Zone)’.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와 프랑스 최대 온라인쇼핑 업체 방트프리베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이곳에서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컨설팅하고 협업하기도 한다. 이러한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는 기업 또는 기관이
 스테이션F에 27곳 있다. 그들이 1000개 가까운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있다. 투명한 유리로 싸인 공간은 미팅룸으로 회의와 투자
 상담 등이 이뤄진다. 스테이션F 제공
1000개 스타트업 키우는 ‘세계 최대 요람’ 프랑스 파리에 세워진 세계 최대 스타트업 캠퍼스 단지 스테이션F의 ‘창조 공간(Create Zone)’.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와 프랑스 최대 온라인쇼핑 업체 방트프리베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이곳에서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컨설팅하고 협업하기도 한다. 이러한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는 기업 또는 기관이 스테이션F에 27곳 있다. 그들이 1000개 가까운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있다. 투명한 유리로 싸인 공간은 미팅룸으로 회의와 투자 상담 등이 이뤄진다. 스테이션F 제공
1000개 가까운 스타트업들이 입주한 ‘창조 공간(Create Zone)’으로 들어서자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들의 로고가 새겨진 간판이 즐비했다. 이들 기업은 스타트업 성장을 돕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다. 미국 프랑스 중국 그리고 한국 네이버 등 27개 글로벌 기업이 ‘제2의 페이스북’, ‘제2의 우버’ 키우기에 한창이다. 글로벌 기업들과 손잡은 스타트업 역시 국적이 다양하다. 미국은 물론이고 유럽 각국과 중국 인도, 그리고 한국에서 온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현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 최근 방문한 프랑스 파리의 세계 최대 스타트업 캠퍼스 단지 스테이션F 얘기다. 단지는 지난해 6월 세워졌다.

○ 글로벌 스타트업에 문호 개방

인큐베이터 및 스타트업 기업들의 다양한 국적은 프랑스가 지향하는 스타트업 육성 전략의 핵심이 뭔지 잘 보여준다. 프랑스 정부는 창업가와 엔지니어, 투자자, 금융기관, 정부 등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라 프렌치 테크’ 정책을 2013년 시작했다. 정책의 제1목표는 ‘프랑스로 전 세계 유망 스타트업을 불러 모아 허브를 만드는 것’이었다. 과거 해외 기업과 투자자에 폐쇄적이었던 사회 분위기를 뒤엎자는 발상이다. 스테이션F는 이러한 개방성을 구현한 상징이다. 라셸 바니에 스테이션F 커뮤니케이션 총괄은 “스테이션F에 입주할 스타트업을 선발하는 데 국적에 따른 차별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라 프렌치 테크 정책의 일환으로 2015년과 2017년 개최된 스타트업 경연대회 ‘프렌치 테크 티켓’은 선발된 해외 스타트업에 신속하게 비자를 발급해주고 투자 유치도 지원한다. 프랑스에서 사업을 하기 위한 비자는 과거에 발급이 까다롭기로 유명했다. 하지만 스타트업에는 예외다. 100여 개국 스타트업들이 프렌치 테크 티켓에 도전했고 40여 개국 스타트업이 혜택을 받았다.

지난해 프렌치 테크 티켓 2기로 선발돼 스테이션F에 입주한 인도계 스타트업 ‘인트리퍼(Intripper)’ 창업자인 케탄 상그비는 비자 혜택을 비롯해 해외 스타트업에 호의적인 프랑스 창업 환경을 극찬했다. 그는 “프랑스에서 스타트업을 키우는 데 외국인이라서 힘든 건 전혀 없다. 스테이션F 같은 체계화된 환경이 있어 오직 사업만 생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비컨, 자기(磁氣) 기술, 와이파이 등을 결합해 쇼핑몰 등 실내에서 길 찾기를 지원하고 기업의 실시간 마케팅과도 연계하는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현장에서 만난 각국 창업자들은 라 프렌치 테크와 스테이션F가 미국 실리콘밸리 못지않게 혁신 기업을 상징하는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런 기대는 전 세계에서 점점 더 많은 스타트업이 프랑스로 몰려드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 다양한 계층에서 창업자 육성

개방성과 이어지는 또 다른 혁신기업 육성의 핵심은 ‘다양성’이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부터 다양한 배경을 가진 창업자를 키우기 위해 ‘프렌치 테크 디베르시테(Diversit´e·다양성)’를 신설했다. 이 프로그램에 지원하려면 최저임금 생활자, 영세지구 거주자, 학생 등 3가지 조건 중 하나를 충족해야 한다. 이 프로그램으로 저소득층은 물론 영세지구에 거주하는 이민자들이 혜택을 봤다.

이런 지원 정책을 기획한 이유는 기존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등록금이 비싼 엘리트 교육기관인 그랑제콜을 졸업한 40대 엔지니어 남자’라는 획일적인 배경을 가졌기 때문이다. 프랑스 재경부에서 이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살리마 말루피 씨는 “스타트업 생태계에 필수적인 혁신성을 유지하려면 다양한 계층에서 스타트업 창업자가 나와야 한다는 인식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에 선정된 스타트업은 모두 35개. 이 중 60%의 기업에 1명 이상의 여성 창업자가 있다. 프랑스 재경부에 따르면 기존 스타트업 가운데 여성 창업자가 있는 비중은 10%에 불과하다.

스테이션F에서도 올해부터 이민자와 저소득층이 창업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입주 비용(월 195유로)을 면제해주는 ‘파이터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저소득층 창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들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다는 의미만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프랑스 경제가 침체되면서 저소득층을 위한 일자리는 늘지 않았고 사회 문제가 됐다. 저소득층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주기 위해서라도 창업을 독려하는 게 필요해졌다. 프렌치 테크 디베르시테 지원을 받는 스타트업 스텔레이스 창업자 마리가브리엘 공잘레즈 씨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혁신적인 창업에 나설 수 있느냐는 정부가 신뢰할 만한 지원 정책과 안전망을 갖추고 있는지에 달렸다”고 했다.

공잘레즈 씨를 포함해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친구 3명이 창업한 스텔레이스는 온라인에서 편리하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프렌치 테크 디베르시테 혜택을 받기 위한 3가지 조건 중 스텔레이스가 어디에 해당하는지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말루피 씨는 “조건이 공개되면 또 하나의 ‘획일적인 배경’을 만들 수 있다. 프랑스는 누구라도 혁신적 창업에 뛰어들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파리=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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