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송이 룩’ 비법, 살짝 알려드릴게요

한국 대표 스타일리스트 정윤기
전지현-김혜수-김희애 등이 단골… 이젠 대중에게 조언 드리고 싶어
올핸 뒤집어입는 ‘리버시블’ 주목… 패션의 완성, 신발에 신경 써보길

전지현의 ‘천송이 룩’, 김혜수의 ‘레드카펫 룩’ 등 톱스타들의 패션을 책임져 온 스타일리스트 정윤기 대표. 정 대표는 최근 자신이 8년간 출연했던 CJ오쇼핑의 패션 편집숍 브랜드인 ‘셀렙샵’을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로 여는 등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CJ오쇼핑 제공

손으로 무심하게 빗어 넘긴 듯하지만 정성스레 정돈된 머리, 옷깃이 세워진 오버사이즈 셔츠는 여유로운 멋이 난다. 틈틈이 안경을 올리는 손끝에서도 섬세함이 묻어났다. 과연 ‘스타를 만드는 남자’, 스타일리스트 정윤기(47)였다.

전지현의 ‘천송이 룩’, 김혜수의 ‘레드카펫 룩’ 등 화제를 모았던 대한민국 톱스타들의 패션은 대부분 그의 손끝에서 만들어졌다. ‘완판’ 신화를 만들어내는 미다스의 손, 정윤기 인트렌드 대표를 만났다.

정 대표는 늘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올겨울 최저 기온의 날씨를 보인 24일에도 정 대표는 CJ오쇼핑의 대표 패션 편집숍 브랜드 ‘셀렙샵(CelebShop)’의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를 서울 강남 도산공원 인근 ‘에잇디(8D)’ 카페에 열었다. 올해 봄·여름을 겨냥한 신상품이 눈길을 끌었다.

‘셀렙샵’은 2009년 11월에 정 대표가 TV 홈쇼핑 최초로 시작한 패션 편집숍이다. 그는 홈쇼핑에 출연해 자신이 직접 기획한 옷과 국내에 들어오지 않은 해외 브랜드 의류를 소개했다. 홈쇼핑 패션 상품은 저가라는 인식이 강했던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행보였다. 정 대표는 “합리적인 가격의 좋은 제품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었는데 그 돌파구가 셀렙샵이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스타들에게만 해주던 패션 조언을 모든 패션 피플과 나누고 싶다”며 “국내 신진 디자이너를 발굴하는 장으로 셀렙샵을 활용해 한국의 패션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데에도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대중에게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 한국의 대표 스타일리스트다. ‘옷, 음식 같은 우리의 삶에 필수적인 요소에다 아름다움을 더해줘 삶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 정 대표가 정의한 스타일리스트다.

1995년부터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해 온 만큼 그의 손을 거쳐 간 스타도 셀 수 없다. 한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 ‘천송이 룩’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던 전지현의 패션, 드라마 ‘밀회’에서 연일 화제가 됐던 김희애의 커리어우먼 패션이 정 대표의 작품이다. 그는 “청룡영화상 레드카펫에서 드레스를 입자는 생각을 한 것도 나와 김혜수가 처음이었다”고 했다.

정 대표는 고소영, 정우성, 이정재, 차승원 등 한국을 대표하는 톱스타들과 수십 년째 인연을 이어올 수 있었던 비결로 끊임없는 소통을 꼽았다. 그는 “스타들이 새로운 작품을 맡게 되면 작품 속 캐릭터에 부합하는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적어도 6개월에서 1년가량 함께 상의를 할 만큼 소통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패셔니스타로 거듭날 수 있는 ‘올해의 팁’을 살짝 공개했다. 그는 “겉과 속의 무늬가 달라 뒤집어 입으면 낮에는 사무실에서, 밤에는 모임에서 소화할 수 있는 ‘리버시블’ 아이템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맹목적으로 유행을 좇을 게 아니라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체형을 고려해 단점을 자연스럽게 가릴 수 있는 스타일도 파악해야 한다.

“패션의 완성은 신발이에요. 자신의 발에 잘 맞으면서도 격식 있는 신발을 3, 4켤레 마련해 두고 때와 장소에 맞춰 신는 센스가 필요합니다. 여기다 자신감을 얹으면 완벽하죠.”
　
손가인 기자 ga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