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설 선생 뜻 이은 충북 서전고, 지진피해 돕기 나눔장터-모금
네팔 초등학교에 1123달러 전달 “한국 형-누나들 잊지 않을게요”
“다네바드!”
낭랑한 목소리가 하늘 높이 울려 퍼졌다. 네팔 수도 카트만두 인근에 자리한 바드라칼리 초등학교 학생들의 목소리다. 네팔어로 ‘고맙습니다’라는 뜻이다.
2일 오후(현지 시간) ‘2018 히말라야 기후변화탐사대’가 이 학교를 찾았다. 박연수 대장(53·충북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등 한국인 대원 23명이다. 이들은 충북 진천군 서전고 학생들이 모은 성금 1123달러(약 122만 원)를 전달했다. 서전고는 진천 출신 독립운동가인 보재 이상설 선생(1870∼1917)이 1906년 중국 지린(吉林)성 룽징(龍井)에 세운 항일 민족교육기관 ‘서전서숙(瑞甸書塾)’에서 이름을 따온 학교다.
1962년 문을 연 바드라칼리 학교는 2015년 네팔 대지진 때 건물 대부분이 무너졌다. 불과 5개월 전까지 학생들은 공터에 천막을 치고 공부했다. 지금은 마을 보건소 건물로 옮겼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학생 70여 명이 공부 중이다. 2학년 비살 군(10)도 그중 한 명이다. 비살 군의 장래 희망은 의사. 그는 “의사가 돼 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잘 치료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서전고 학생의 마음이 머나먼 바드라칼리 학교에 전해진 건 박 대장과의 인연 덕분이다. 박 대장은 고교 재학 때 산과 인연을 맺어 수차례 해외 원정에 나섰다. 2008년에는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을 알리기 위해 직지원정대를 꾸려 히말라야 카라코람 산맥에 있는 해발 6230m의 무명(無名) 봉우리 등정에 성공했다. 파키스탄 지명위원회는 이 봉우리를 ‘직지봉’으로 이름 붙였다.
지난해 서전고 학생자치회는 박 대장을 특별 강연에 초청했다. 박 대장으로부터 대지진 후 네팔의 안타까운 상황을 들었다. 학생들은 가을축제 때 네팔 학교를 돕기 위한 나눔장터를 열었다. 정성껏 만든 음식과 물품 등을 팔아 성금을 모았다.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4일까지 네팔을 찾은 기후변화탐사대는 이렇게 모아진 서전고 학생들의 성금을 바드라칼리 학교에 전달했다. 서전고 이근혁 군(18)은 “친구들에게 네팔 돕기 나눔장터를 열자고 했을 때 모두 흔쾌히 동의하고 적극적으로 준비했다. 작은 정성이지만 네팔 어린이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후변화탐사대원들도 미리 준비한 학용품과 현장에서 모은 약 1100달러(119만 원)를 모아 전달했다. 쿠말 교장(60)은 “먼 곳까지 찾아와 한국인의 따뜻한 마음을 전해 준 기후변화탐사대와 서전고 학생들에게 깊이 감사한다. 이번 만남이 끝이 아니고 지속적으로 유지되기를 희망한다”며 고마워했다. 박 대장은 “앞으로 매년 학교를 찾아 도움을 줄 계획이다. 후원자를 찾아 일대일 결연이나 학교 신축 등도 추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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