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모지서 큰 ‘평창키즈’ 올림픽 밝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9일 03시 00분


겨울스포츠 변방 국가의 청소년들, ‘드림프로그램’ 거쳐 올림픽 참가

강원도 ‘드림프로그램’ 출신으로 평창 겨울올림픽 성화 봉송에 나선 외국인 6명이 8일 강원 강릉시 강원미디어센터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주먹을 불끈 쥐며 환하게 웃고 있다. 왼쪽부터 태국 아팁 나바랏, 르완다 바질, 말레이시아 줄리언 즈제, 남아공 제이컵스 자매(왼쪽이 언니), 케냐의 대니얼 사파리. 강원도 제공
강원도 ‘드림프로그램’ 출신으로 평창 겨울올림픽 성화 봉송에 나선 외국인 6명이 8일 강원 강릉시 강원미디어센터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주먹을 불끈 쥐며 환하게 웃고 있다. 왼쪽부터 태국 아팁 나바랏, 르완다 바질, 말레이시아 줄리언 즈제, 남아공 제이컵스 자매(왼쪽이 언니), 케냐의 대니얼 사파리. 강원도 제공
“9년 전 평창에서 꾼 꿈이 현실이 됐네요.”

8일 강원 강릉시에서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선 말레이시아 남자 피겨스케이팅 선수 줄리언 즈제(21)의 마음은 남달랐다. 겨울올림픽에 처음 참가하는 말레이시아의 최초 국가대표선수라는 사실도 작용했다. 그러나 2009년 평창과 강릉에서 열린 ‘드림프로그램’에 참가한 뒤 본격적인 선수생활을 시작한 ‘평창 키즈’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드림프로그램은 평창 올림픽 유치에 나선 강원도가 2004년부터 겨울스포츠를 접할 수 없거나 분쟁지역의 나라 청소년들을 초청해 빙상, 스키 같은 겨울스포츠를 체험해보도록 마련한 행사다. 줄리언은 드림프로그램 참여를 계기로 올림픽 출전의 꿈을 키워 나갔다. 결국 평창에서 꿈을 실현했다.

줄리언은 에어컨이 있는 실내에서 운동하는 것이 좋아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했다. 사철 따뜻한 말레이시아에서는 훈련하기 쉽지 않아 2015년에는 크라우드펀딩으로 1만6000캐나다달러(약 1400만 원)를 모아 캐나다에서 전지훈련을 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삿포로 겨울아시아경기대회에서 남자 피겨 8위에 올라 가능성을 확인한 데 이어 국제빙상연맹(ISU) 네벨혼 트로피 대회에서 평창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줄리언은 8일 강릉 강원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가대표로서 겨울올림픽에 처음 참가하는 영광을 안게 됐다”며 “눈이 오지 않는 나라에서도 겨울스포츠 선수로 성장할 수 있게 만들어준 드림프로그램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줄리언 외에도 드림프로그램 참가자 5명이 성화 봉송에 참여한다. 올림픽 개막일인 9일 평창에서 성화 봉송에 나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타마라 제이컵스(25) 역시 올림픽 출전이라는 꿈을 이룬 ‘드림 걸’이다. 2005년 드림프로그램에 참가한 타마라는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로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에 출전했다. 현재는 지도자로 자국 어린 선수들을 육성하고 있다. 타마라의 동생으로 현재 남아공 국가대표인 첼시 제이컵스(15)도 언니와 함께 성화를 봉송한다.

2014년 드림프로그램에 참가한 태국의 아팁 나바랏(22), 2015∼2017년 세 차례 참가한 르완다의 바질(21), 2012∼2016년 참가한 케냐의 대니얼 사파리(25)도 선수로서 이번 올림픽에 나오지는 못하지만 성화 봉송을 통해 ‘올림피안’이 됐다. 특히 사파리는 1998년 뱀에 물려 한쪽 다리를 잃었지만 자국 대표 스키선수로 활동하면서 패럴림픽 출전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강릉=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평창키즈#평창 겨울올림픽#줄리언 즈제#드림프로그램#타마라 제이컵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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