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왕핑 씨(24·여)는 24일 고려대 학위수여식에서 미디어학부 대표로 연단에 올랐다. 각 학부 수석 졸업생에게만 주어지는 영예의 자리다. 그의 학점은 4.5점 만점에 4.26점이었다. “졸업식 당일에야 제가 수석인 줄 알았고 얼떨결에 연단에 올랐습니다.”
중국 시안(西安) 출신인 왕 씨는 어릴 적부터 한류 팬이었다. 2012년 고교 졸업 뒤 무작정 한국에 왔다. 1년 반 동안 한국어를 배운 뒤 대학에 진학했다. 자신이 좋아하던 한류 드라마, 영화를 제대로 공부하려고 택한 길이었다. 하지만 언어의 장벽은 예상보다 높았다.
왕 씨는 모든 강의를 녹음해 집에서 복습했다. 1시간 반짜리 대학 강의 하나를 듣는 데에만 5시간이 걸렸다. 식당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며 한국어를 익힌 뒤에는 통·번역을 하며 학비와 생활비를 벌었다. 생생한 한국어를 익히는 데는 식당 일뿐만 아니라 친구 도움도 컸다. “‘버카충(버스카드 충전)’ ‘학식(학생식당)’ 같은 줄임말은 친구들 덕분에 알게 됐죠.”
왕 씨는 현재 중국 유명 정보기술(IT) 기업인 ‘넷이즈’에 취직해 통·번역 업무를 하고 있다. 그는 “원래 하고자 했던 미디어 관련 일을 할 때까지 계속 도전하겠다”고 했다.
케냐 출신인 제인 망고 앙가르 씨(26·여)는 숙명여대 사회과학대 수석으로 졸업장을 받았다. 4년간 두 과목을 제외하곤 나머지 과목에서 A학점 이상을 받아 학점은 4.3점 만점에 4.18점. 그는 원래 케냐에서 대학을 다녔다. 좀 더 전문적인 공부를 위해 유학을 고민하던 중 취미로 다닌 한국어학당 원장의 소개로 한국 유학길에 올랐다.
그의 공부법은 ‘예습’이었다. 매일 다음 날 강의에서 다룰 내용을 숙지하는 데 공을 들였다. 방학 때에는 다음 학기에 배울 내용을 미리 공부했다. 그래도 이해가 되지 않는 내용은 교수님을 찾아가서 해결했다. 그는 현재 한국개발연구원 국제개발대학원에서 ‘개발정책’ 석사과정을 밟으며 유명 대학 교수가 되고 싶다는 꿈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다.
이들에게 외국인 학생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을 부탁했더니 이런 대답을 했다.
“외국인이니까 못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보다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세요.”(왕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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