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브랜드 ‘토리 버치’ 만든 토리 버치
친아들 셋-입양딸 셋 6명 키워… 가족 지지가 결국 나의 원동력
남성 중심 사회서 생존하려면 여성끼리 연대가 가장 중요
6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를 방문한 패션 브랜드 ‘토리 버치’의 창업자 토리 버치 씨가 이화여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토리 버치 인스타그램
“야망을 가지는 것(embrace ambition)이야말로 꿈을 좇는 여성들이 꼭 갖춰야 할 덕목입니다.”
6일 미국의 패션 브랜드 ‘토리 버치’의 창업자 토리 버치 씨(52)가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를 찾았다. 그는 사회에 진출한 여성들이 겪는 어려움을 언급하며 “여성이 남성과 똑같은 권리를 누릴 수 있다면 세상은 더 발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8년 만에 한국을 찾은 버치 씨는 이화여대 학생 220여 명을 대상으로 ‘미래 여성 기업가들을 위한 꿈과 비전’을 주제로 1시간 동안 강연했다. 사전 신청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강연은 수강 희망자가 많아 신청이 조기 마감됐다. 강연 내내 학생들은 노트북과 펜을 동원해 버치 씨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받아 적었다.
버치 씨가 자신의 이름을 따 2004년 론칭한 ‘토리 버치’는 특유의 T자 모양 로고와 1950∼70년대 레트로 스타일 패턴으로 세계 여성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버치 씨의 어머니 이름을 딴 ‘레바(Reva) 발레리나 플랫 슈즈’는 편안한 착용감으로 한국 여성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은 바 있다.
세계적인 브랜드를 이끌고 있는 그도 한때는 ‘경단녀(경력단절여성)’였다. ‘랄프로렌’, ‘베라왕’ 등 유명 브랜드에서 경력을 쌓던 그에게 스페인 명품 브랜드 ‘로에베’의 대표이사직 제안이 들어왔다. 그는 “로에베에서 일하게 됐다는 생각에 들떠 있던 중 셋째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고 가족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혼한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셋과 입양한 딸 셋을 키우고 있는 그는 “일과 가정의 양립은 어려운 일이지만 결국 가족의 지지가 나의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자신만의 패션 사업을 구상했던 장소도 가족과 함께 지내던 뉴욕 맨해튼 아파트의 부엌이었다.
버치 씨는 짧은 이력에도 여러 차례 상을 받으며 패션업계에서 입지를 굳혔다. 2005년에는 패션 그룹 인터내셔널의 ‘신규 브랜드상’, 2008년에는 마크 제이컵스와 마이클 코어스를 제치고 미국 패션디자이너협회(CFDA)가 주는 ‘올해의 액세서리 디자이너상’을 받았다. 2010년과 2015년에는 포브스에서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위 안에 들었다.
그는 “한국 여성들은 임신을 하면 일을 그만둬야 하는지 고민한다고 들었다”며 “직원의 70% 이상이 여성인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로서 지켜본 결과 여성은 멀티태스킹 능력이 뛰어나고 책임감도 강하므로 일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09년 ‘토리 버치 재단(Tory Burch Foundation)’을 세우고 자금 대출, 멘토링 프로그램 등으로 소규모 여성 자영업자들의 자립과 발전을 돕고 있다.
이날 강연에 참석한 학생들은 “여전히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서 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뭔가”를 물었다. 그는 진정성 있는 사람들의 지원과 지지를 확보하라고 답했다.
“힘들고 지칠 때면 지금 여러분 주위에 앉아 있는 친구들에게 기대세요. 여성들이 서로 지지하고 이끌어주면 우리 모두가 꿈을 이룰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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