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적 흥취가 가득한 가요 ‘홍콩 아가씨’(1954년)를 불러 6·25전쟁으로 상처받은 대중의 마음을 위로했던 원로가수 금사향(본명 최영필·사진) 씨가 10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평양에서 태어난 고인은 1946년 상공부에서 영문 타자수로 일하다가 ‘조선 13도 전국 가수 선발대회’에서 1등을 하면서 가수 생활을 시작했다. 1948년 서울 중앙방송국(현 KBS) 전속 가수 1기생으로 활동했다. 노래 ‘첫사랑’으로 데뷔해 1952년 ‘님 계신 전선’, 1955년 ‘소녀의 꿈’ 등을 발표하면서 특유의 낭랑한 목소리로 1950, 60년대를 풍미했다.
예명인 ‘금사향(琴絲響)’은 ‘거문고 실이 울리는 소리’라는 뜻으로 작사가 고려성(1917∼1977)이 지어줬다고 한다.
6·25전쟁 당시 위험을 무릅쓰고 군예대로 활동하며 최전방까지 위문 공연을 펼쳤다. 고무신이 대부분이던 당시 하이힐을 신고 전장을 누벼 화제가 됐다. 한국 대중가수 가운데 처음으로 하이힐을 신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미도레코드사를 통해 1954년 부산에서 취입한 ‘홍콩 아가씨’가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다. 2012년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유족으로 아들 박충관 씨가 있다. 장례는 대한가수협회장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서울 국립중앙의료원, 발인은 12일 오전 5시. 02-2262-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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