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성 경찰청장 29일 정년퇴임
순경출신 정년 마친 첫 경찰총수… “당분간 여행하며 제빵-요리 배울것”
“스물다섯 철없던 청년이 경찰이 돼 어느덧 37년이 흘렀습니다.”
이철성 제20대 경찰청장(60)은 2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정년퇴임식에서 감회 어린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이 청장은 1982년 순경 공채로 들어와 37년간 경찰 11개 계급을 모두 거치고 정년을 마친 첫 경찰청장이 됐다. 2016년 8월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그는 임기를 채우며 문재인 정부 첫 경찰청장으로도 이름이 남게 됐다.
이 청장은 이날 퇴임식에서 “청장으로 보낸 지난 22개월은 셀 수 없는 고비와 도전의 연속이었다”고 말했다. 취임 2개월 만에 대규모 촛불집회 사태를 맞은 그는 집회에 나온 시민들에게 보내는 해산 촉구 문구를 직접 써 일선에 전달했다. 문구에는 ‘불법 행위로 여러분의 주장이 퇴색되지 않도록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십시오’ 등이 담겼다. 이 청장은 최근 “민심의 큰 흐름을 경찰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6개월 넘게 전국에서 연인원 약 1000만 명이 참여한 촛불집회를 별다른 충돌 없이 마무리한 공로를 인정받아 문재인 정부에서도 유임됐다.
이 청장은 인권경찰을 표방하는 정부 기조에 따라 민간인 경찰개혁위원회를 출범시켜 내부 개혁에 착수했다. 경찰 인권의식을 향상시키고 검경 수사권 조정의 틀을 만들었다는 호평과 시민단체 인사들에게 경찰 조직이 휘둘려 공권력을 약화시켰다는 비판이 엇갈린다.
이 청장은 탁월한 정무감각으로 경찰의 숙원인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8월 ‘민주화의 성지’ 발언을 둘러싼 강인철 전 광주지방경찰청장과의 갈등, 지난해 말 사의 표명 논란 등 여러 고비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청와대 신임을 받으며 정년을 마치게 됐다.
이 청장은 재임 기간 경찰 조직 11개 계급의 통합 추진을 성공시키지 못한 것을 아쉬운 대목으로 꼽았다. 그는 이날 경찰청 정문에 깔린 레드카펫을 밟고 정든 조직을 떠났다. 그는 당분간 부인과 함께 여행을 다니며 제빵 및 요리를 배울 예정이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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