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만난 ‘러시아 고등경제대(HSE)’ 한국학과 나탈리아 김 교수(38)는 한반도에 긴장 완화와 교류 확대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는데 자신처럼 남북한 모두와 비교적 자유롭게 접촉할 수 있는 러시아 한반도 전문가의 역할이 커질 것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모스크바 월드트레이드센터에서 열린 ‘한-러대화(KRD) 4차 포럼’을 참관하기 위해 찾아와 동아일보와 만난 나탈리아 교수는 “남북 간 교류가 늘어나면 러시아 한국학과 졸업생들이 갈 곳도 할 일도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학과는 올해 4월 모스크바 주재 북한 관리들이 참가하는 행사를 갖는 등 지금까지 3차례 북한 인사들을 초청한 토론회 등을 열었다. 나탈리아 교수도 2014년 4월 평양을 방문해 1주일간 머물며 역사 및 여성 인권 분야 전문가들과 교류했다. 이 대학이 한국학과를 설립할 때 한국국제교류재단은 한국어 객원 교수 파견, 한국 자료와 도서를 제공하고 일부 직원 채용 비용도 지원하는 등 적극 도왔다고 재단 관계자는 설명했다.
구소련 붕괴 직후인 1992년 11월 설립된 HSE는 과거 소비에트 경제와는 다른 시장경제와 국제화 교육을 위해 설립돼 영국 명문 LSE와 유사한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있다. HSE는 지난해 학생 수가 석·박사 8100여 명을 포함해 3만1000여 명으로 일부 학과는 모스크바대보다 선호할 정도로 최고 명문 대학이다.
한국과 교류가 늘어나자 대학 측은 2011년 한국학과를 개설하면서 모스크바대 철학과를 나와 외교아카데미에서 국제관계학 박사를 받은 나탈리아 교수를 학과장으로 영입했다. 현재 한국학과 학생 수는 117명이다. 나탈리아 교수는 2015년 광복 후부터 한국 정부 수립까지의 한국 근대사를 다룬 책 ‘1945∼1948년 한국 정치사’도 출간했다.
한편 나탈리아 교수 성이 ‘김(金)’인 것은 모스크바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한국인 김원일 박사와 결혼해 남편의 성을 따랐기 때문이다. 김 박사 부부의 결혼은 ‘한-러 순애보’로 일부 알려졌으며 3녀 1남을 두고 있다. 나탈리아 교수는 “모스크바대 기숙사 생활을 할 때 남편을 만나 반해 결혼했고 자상하지만 한국 남자라 보수적인 면도 있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모스크바 한인회장을 지냈으며 ‘모스크바 프레스’라는 교민 잡지를 운영하고 있다. 포럼에 참가한 한국언론재단 민병욱 이사장은 ‘모스크바 프레스’ ‘매일신보’ ‘고려인 신문’ 등 현지 언론 관계자들과 만나 양국 언론 교류 협력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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