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황현산 前 한국문화예술위원장
“세상에서 문학으로 할 일 고뇌”… ‘밤이 선생이다’ 산문집 유명
문학과 사회에 대해 성찰을 멈추지 않았던 황현산 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문학평론가·사진)이 8일 담낭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73세.
고인은 1945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나 고려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남대, 강원대 교수를 거쳐 고려대에서 1993년부터 2010년까지 후학을 양성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앙드레 브르통의 ‘초현실주의 선언’, 보들레르의 ‘악의 꽃’ 등을 번역했다.
고인은 투병 중에도 펜을 놓지 않았다. 올해 6월에는 신작 산문집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과 번역서 ‘말도로르의 노래’를 펴냈다. 산문집에 수록된 ‘작가의 말’에서 고인은 “나는 이 세상에서 문학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오랫동안 물어왔다. 특히 먼 나라의 문학일 뿐인 프랑스 문학으로 그 일을 할 수 있는지 늘 고뇌해 왔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으로 취임했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3개월 만에 사직했다. 3년 전 발견돼 치료받은 담낭암이 재발했기 때문이다.
2007년 한국번역비평학회를 창립해 초대 회장을 지냈다. 문단에서는 고인을 문인의 존재 이유를 증명해준 평론가라고 애도했다. 며칠 전 병문안을 다녀온 김혜순 시인은 고인이 “‘말도로르의 노래’를 읽었느냐”고 물어볼 정도로 의식이 또렷했다고 전했다. 김 시인은 “시인에게 등대 같은 존재였다. 남도의 곰삭은 정서에 세련미를 함께 갖춘 분으로, 문학에 대한 깊은 혜안을 지니셨다”고 말했다.
고인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폭넓게 소통했다. 방송인 오상진은 ‘선생님의 글은 언제나 무한한 위로와 용기를 주셨습니다’는 글을 올렸다.
저서로는 ‘얼굴 없는 희망’ ‘말과 시간의 깊이’ 등이 있다.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2013년)는 6만 부나 판매됐다. 팔봉비평문학상, 대산문학상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강혜숙 씨와 아들 일우(미국 마이애미대 교수), 딸 은후 씨(연극배우)가 있다. 빈소는 서울 고려대 안암병원, 발인은 10일 오전 10시. 02-927-4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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