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살머리고지 전투 박동하 옹 “평화 위한 장병들 소중함 일깨워”
타석엔 유해발굴작전 박형준 대위 “참전용사 희생 다시 마음에 새겨”
현충일인 6일 오후 5시.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 등번호 ‘625’번을 달고 군 위장 무늬가 새겨진 야구 모자를 쓴 백발노인이 마운드 앞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이날의 시구자 박동하 옹(91)은 타석을 향해 꼿꼿한 자세로 거수경례를 했고, 시타를 준비하던 박형준 대위(29)가 경례로 화답했다. 경례를 마친 후 박 옹이 던진 공은 느리게 포물선을 그리며 포수 앞으로 흘러갔고, 관중석에선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왔다.
국방부가 이날 호국보훈의 달 기념으로 준비한 키움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 프로야구 경기 사전 행사. 6·25전쟁 최대 격전지였던 화살머리고지 전투에 참전한 박 옹이 시구하고, 이곳에서 전사자 유해발굴을 위한 지뢰제거 작전에 투입된 박 대위가 시타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시구·시타에 앞서 ‘화살머리고지 전투’로 연결된 두 사람의 사연을 담은 1분 남짓한 다큐멘터리 영상이 고척스카이돔 화면을 채웠다. 박 옹은 6·25 당시 프랑스대대에 배속돼 화살머리고지 전투에 참전한 후 일등중사로 전역했다. 화살머리고지 전투는 강원 철원군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국군·미군·프랑스군과 중공군 간에 치열한 고지 쟁탈전이 전개됐던 전투. 박 옹은 “현충일 프로야구 시구자로 선정돼 기쁘고, 화살머리고지 전투에 함께 나섰던 전우들 생각도 많이 난다”며 “시구를 통해 이 순간에도 평화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국군 장병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박 옹의 공을 기다린 박 대위는 육군 5사단 소속으로 현재 화살머리고지에서 남북공동유해발굴을 위한 지뢰제거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박 대위는 “화살머리고지에서 임무를 수행하면서 참전용사들의 유해와 유품을 직접 확인할 때마다 대한민국 국군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참전용사의 헌신과 희생을 다시 한 번 마음 깊이 새기고 한 분이라도 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국방부 군악대대의 애국가 제창과 묵념에 이어 참전용사 유가족, 현역장병을 초청해 나라를 위해 헌신한 이들에 대한 추모와 감사 분위기를 더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