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 근무중 숨진 윤센터장 상징 무선호출부호 ‘ATLAS’ 새겨 넣어
기내엔 사진… 응급의료 헌신 기려
이국종교수 현장찾아 꼼꼼히 살펴… 부인 “남편도 하늘에서 지켜볼 것”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외상외과 교수)이 11일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ATLAS’(아틀라스)라는 글자가 새겨진 닥터헬기 꼬리에 손을 얹은 채 잠시 눈을 감았다. 이 헬기는 8월 말 아주대병원에 도입될 국내 일곱 번째 닥터헬기로, 기체에 새겨진 콜사인(호출부호) ATLAS는 올해 2월 4일 설 연휴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병원을 지키다 집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을 상징한다.
이 교수는 2월 10일 윤 센터장의 영결식에서 지구를 떠받치는 그리스 신화 속 거인 아틀라스에 윤 센터장을 빗대며 “선생(윤 센터장)께서 하늘에서 저희가 도입하는 닥터헬기를 다른 기체와 혼동하시지 않도록 기체 표면에 ATLAS를 박아 넣겠다”고 추도한 바 있다. 이 교수는 이날 KAI 측이 헬기에 콜사인을 새긴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을 찾은 것이다.
해군 점퍼를 입고 현장에 나타난 이 교수는 헬기 안팎을 꼼꼼히 살폈다. 말레이시아에서 중고로 들여온 이 헬기는 직전에 사용한 운송업체가 꼬리 부분만 파랗게 칠한 상태였다. 대개는 기체를 완전히 다시 칠하지만 이 교수는 기존 배경색을 그대로 두고 꼭 필요한 글자만 추가로 새겨 도색을 마무리해 달라고 KAI 측에 부탁했다. 도색 작업에 들일 시간을 아껴 하루라도 빨리 현장에 투입하기 위해서다.
헬기는 한꺼번에 21명이 탈 수 있는 대형 기종인 ‘H225’다. 길이가 19.5m로 똑바로 세우면 5층 건물보다 높다. 인천 가천대 길병원 등이 운영 중인 기존 닥터헬기보다 수용 인원이 3, 4배로 많다. 이 교수는 중고 헬기를 들여오는 대신 많은 의료진이 탈 수 있는 대형 기종을 보건복지부에 요구했다. 이 교수는 정비 작업을 하는 기술자에게 “응급수술이 가능하게끔 큼직한 스트레처(들것을 고정하는 침상)를 놓아 달라”고 주문했다.
헬기 오른쪽엔 국내 닥터헬기 최초로 호이스트(권상기·捲上機)를 장착한다. 작은 배에서 중증외상 환자가 발생하거나 대형 교통사고로 고속도로의 교통 체증이 심해 헬기를 착륙시킬 수 없을 때에도 공중에서 환자를 끌어올리기 위한 장비다. 야간운항이 가능하게끔 대형 조명 장치와 적외선 카메라도 설치한다. 기존 닥터헬기는 출동 시간이 해뜬 뒤, 해지기 전으로 제한돼 있다. 최장 1135km까지 비행하면서 통신이 끊기지 않도록 위성안테나도 장착한다.
이날 이 교수의 방문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동행했다. 김 지사는 이 교수와의 면담에서 경남 지역에도 닥터헬기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섬과 산이 많은 경남은 구급차로 환자를 실어 나르기 힘든 지역이 다수인데도 닥터헬기가 없어 응급의료 사각지대로 꼽혀 왔다.
아주대병원 닥터헬기 안엔 윤 센터장의 생전 사진을 붙일 예정이다. 이 교수가 윤 센터장의 부인 민영주 씨(51)에게 부탁해 받은 사진이다. 민 씨는 11일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남편이 추진했던 일에 관심을 가져주고, 잊지 않고 기려줘서 고맙다”며 “남편도 하늘에서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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