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윤한덕 센터장 잠든 곳 찾아 하늘에서 잘 도와달라 부탁드려
중앙정부 중심 시스템 구축 탈피… 이젠 지역이 여건에 맞게 만들어야
“윤한덕 전 중앙응급의료센터장님이 처음 이 자리를 맡았을 때보다 훨씬 수월한 여건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 거죠. 그럼에도 자리가 주는 무게감은 엄청납니다.”
문성우 신임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49)은 1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업무를 파악하며 윤 전 센터장이 그동안 이룬 일이 참 많다는 걸 느꼈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려대 안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였던 문 센터장은 지난달 1일 취임했다. 중앙응급의료센터는 전국 응급의료기관 399곳, 권역외상센터 13곳을 관리하는 응급의료 컨트롤타워다. 센터장직은 올 2월 윤 전 센터장이 과로로 숨진 뒤 5개월간 비어 있었다. 문 센터장은 “취임 전 윤 전 센터장님이 (묻혀) 계신 곳을 찾아 ‘여태까지 (응급의료를) 챙겨주신 것처럼 앞으로도 잘 챙겨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문 센터장은 “그동안 지역 응급의료 체계 개선을 위해 여러 가지를 시도해 봤는데 쉽지 않았다”며 “이곳에서라면 더 큰 틀에서 응급의료 체계를 기획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센터장직을 맡은 계기를 밝혔다.
그는 응급의학에 발을 들인 지 올해로 19년째다. “특정 질환만이 아니라 환자를 두루두루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어요. 당시에는 응급의학이 ‘폼’ 난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하하.”
그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중앙의료원 경기응급의료지원센터장을 지내며 지역의 응급의료 역량을 강화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고 했다. 지금까지는 중앙정부 중심으로 응급의료가 빠르게 성장했지만 이제는 지역사회가 주체적으로 지역 여건에 맞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단계로 도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각 지역 응급의료 당사자들이 협의해 구체적인 프로토콜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병원 수나 종류 등 지역마다 의료 자원이 다르고 응급환자 발생 형태도 다르다”며 “응급환자가 어떤 상황일 땐 어떻게 처치해서 어느 병원으로 이송할지 구체적인 프로토콜을 만들고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추진단은 지역 응급의료 개선 모델을 개발해 이르면 내년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응급 상황에 처한 환자가 병원이나 의사를 선택할 수 없다. 그 대신 응급의료 시스템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는 “응급의료의 발전은 사람의 삶의 질 향상과 연결된다”며 “이는 ‘내게 어디서 무슨 일이 닥쳐도 좋은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신뢰를 심어주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응급의료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할 미래응급의료연구실도 꾸린 그는 “조직원들에게 ‘이대로만 하면 우리나라 응급의료 수준이 세계 최고가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