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덕션 차린 오바마 부부, 다큐 영화 선보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6일 03시 00분


퇴임후 주로 강연-회고록 집필했던 다른 대통령들과 차별화 눈길
美中노동자 갈등 그린 ‘미국공장’… 내년 오스카상 수상 가능성 거론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58)이 독특한 ‘대통령 이후’의 삶을 개척했다고 의회 전문 매체 더힐 등이 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강연 및 회고록 저술에 열심이던 다른 전직 대통령들과 달리 콘텐츠 제작사를 차리고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다큐멘터리 영화까지 선보였다는 이유에서다.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사진)가 지난해 2월 설립한 ‘하이어그라운드프로덕션’은 지난달 21일 다큐 ‘미국 공장(American Factory)’을 공개했다. 공장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 오하이오주에 한 중국 억만장자 사업가가 유리공장을 차리면서 일어나는 사건을 그렸다. 문화 전문 매체 쿼츠는 “미중 노동자의 갈등과 화합을 사실감 있게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한국 넷플릭스 가입자도 시청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양국 무역전쟁이 날로 격화하는 상황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이 오하이오를 배경으로 영화를 제작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오하이오는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등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의 최대 지지 기반인 쇠락한 공업지대 ‘러스트벨트’를 이루는 곳이다. 18명의 선거인단이 걸려 있고 대선 때마다 지지 후보가 바뀌어 ‘대선 풍향계’ 역할을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2016년 대선에서는 당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눌렀다.

영화 전문 매체 인디와이어는 이 영화가 내년 초 아카데미상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에 오를 것으로도 예상했다. 아카데미는 정통 드라마 영화에서는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회사가 제작한 작품에 박한 점수를 부여해 왔다. 하지만 이 작품은 전직 대통령이 제작한 다큐인 데다 아카데미상 회원 대부분이 민주당 지지자임을 감안할 때 오스카상 수상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뼈있는 작품을 잇달아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최근 ‘머니볼’ ‘라이어스 포커’ 등의 베스트셀러 작가 마이클 루이스가 트럼프 대통령의 각료 임명 과정을 소재로 쓴 ‘5번째 위험’ 판권을 샀다. 머니볼이 영화로도 큰 성공을 거둬 이 작품의 판권 경쟁도 치열했다. 이 외 19세기 노예로 태어나 유명 작가가 된 프레더릭 더글러스의 일대기, 제2차 세계대전 전후 뉴욕 패션계를 다룬 드라마 등도 대기하고 있다.

결국 ‘제작자’ 오바마의 행보 또한 그가 여전히 정치인으로 활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역사학자 테비 트로이는 더힐에 “많은 미국인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오바마 전 대통령이 대중문화 관련 업무를 하는 것은 좋은 사업이자 정치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버락 오바마#미국공장#오바마 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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