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대전환기에 ‘조직 내부형 사고(inside the building thinking)’를 하면 반드시 실패한다. 조직 밖을 내다보는(outside the building) 사고로 전환하라.”
마이클 포터 미국 하버드대 교수, 헨리 민츠버그 캐나다 맥길대 교수 등과 함께 세계 경영학계의 사상적 변화를 이끌어 온 석학으로 꼽히는 로자베스 모스 캔터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76)는 본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캔터 교수는 하버드 선진 리더십 프로그램(Harvard-wide Advanced Leadership Initiative)의 설립자로, 세계적 경영 사상가를 선정하는 ‘싱커스 50’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12월 4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동아비즈니스포럼 2019’의 기조연설을 맡은 그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는 구성원들의 사고방식은 물론이고 리더십의 역할이나 방향 자체가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캔터 교수는 “기업 내부의 역량과 노하우를 관리하고 일상적인 업무를 개선해가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고 이는 ‘조직 내부 지향적 사고’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지금처럼 디지털 도구가 발달하고 전자 상거래, 온라인 금융, 소비자 맞춤형 인공지능 서비스 등이 나날이 진보하는 대변혁의 시기에는 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반드시 외부 환경의 변화, 달라진 지역 및 사회의 요구, 그리고 특히 젊은 소비자들이 중시하는 기업의 사회적 가치 등에도 적극 반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직 내부형 사고’라는 ‘생각의 감옥’에 갇히면 과거 코닥이 그랬듯 어떤 위대한 기업도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기업이 이러한 외부 지향형 사고, 즉 조직 밖을 바라보는 관점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리더의 자신감이 중요하다고 캔터 교수는 강조했다. 리더 스스로 외부 지향의 관점이 왜 필요한지, 회사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내외부의 역량을 어떻게 활용할지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 이를 바탕으로 조직원들에게 자신의 아이디어와 목표를 설명하고 함께 변화하자고 설득하는 게 리더의 임무라는 얘기다. 중국 기업 하이얼이 회사를 수천 개의 초소형 기업단위로 쪼개 직원들이 스스로 외부 환경의 변화를 체감하고 혁신적 사고로 무장하게 한 것은 바로 리더가 자신감을 갖고 조직원을 설득했기에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조직 밖을 보는 사고를 확립하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 발맞춰 혁신을 이뤄내기 위해 필요한 5가지의 구체적 방안, ‘5F’ 방법론도 제시됐다. 캔터 교수에 따르면 5가지 ‘F’의 첫 번째는 ‘집중(Focused)’으로, 일시적인 관심사나 유행을 좇지 않고 아주 명확한 기업의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두 번째는 ‘신속함(Fast)’인데, 이미 준비된 아이디어를 정해진 패턴이나 계획에 맞춰 빠르게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세 번째는 ‘유연성(Flexible)’이다. 조직원들이 상황과 필요에 따라 회사 프로젝트를 재배치할 수 있음을 뜻한다. 이때 조직 내 칸막이가 발생해선 안 되고 함께 협업해야 하며, 일이 단계별로 진행되는 게 아니라 동시에 이뤄지도록 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네 번째 ‘F’는 ‘친절함(Friendly)’이다. 조직 외부에 있는 사람들도 조직과 함께 잘 어우러지면서 당면한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재미(Fun)’가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소속감을 느끼고 자신을 표현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지 않으며, 출근하는 매일이 즐거워야 한다는 뜻이다.
끝으로 캔터 교수는 조직 밖을 보는 사고를 통해 지역사회를 바라볼 것을 제안했다. 그는 “‘조직 외부형 사고’는 디지털 대전환기 혁신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기업이 발 딛고 있는 지역사회의 다양한 요구를 파악하고 새로운 서비스 및 비즈니스를 찾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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