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10시 5분경 대구 동구 신천동에 있는 동부소방서. 한 남성이 소방서 1층 119구급대 사무실 문을 열고는 편지봉투 2개를 바닥에 놓고 급히 떠났다. 사무실에 있던 근무자가 봉투를 확인한 뒤 이 남성을 뒤쫓아 갔지만 찾지 못했다.
익명의 광주시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고생하는 소방관을 위해 써달라며 대구지역 소방서를 직접 찾아 성금을 전달하고 떠났다.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이 남성은 19일 밤 동부소방서 119구급대 사무실 문을 열고는 “고생이 많습니다”라는 짧은 인사말과 함께 편지봉투 2개를 바닥에 내려놓고 떠났다. 봉투 하나에는 현금 152만 원이, 다른 봉투엔 손 글씨로 쓴 편지가 들어 있었다.
이 남성은 편지에서 ‘빛고을(광주)에서 일하는 보험설계사 겸 강사’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었을 대구지역 설계사를 위해 강의료를 50% 할인했고 그렇게 받은 강의료 전부를 소방관들에게 기부한다”고 썼다. 전국의 소방관들 모두 수고가 많지만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확진자가 특히 많이 발생했던 달구벌(대구) 소방관들이 더 힘들었을 것 같아 대구에 있는 소방서에 기부하게 됐다고 적었다.
이 남성은 편지 끝부분에 “빛고을 보험설계사가 형제도시 달구벌 소방관님들께”라고 썼다. 2009년 대구와 광주가 공동의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달구벌’과 ‘빛고을’의 첫 글자를 따 ‘달빛동맹’이라는 표현을 썼다. 대구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성금을 놓고 간 분을 찾으려 했지만 찾지 못했다”며 “기부금은 소방관들을 위한 소방·구급용품 구입에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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