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에르도안 행정명령 서명… 비잔틴 성당→모스크→박물관 거쳐
86년만에 다시 이슬람 사원으로, 보수 이슬람주의 색채 강화나서
EU국가들 “관계 악영향” 비판
터키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이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이기도 한 ‘아야 소피아’(성소피아)가 박물관에서 이슬람 사원(모스크)으로 바뀐다.
10일 AP통신과 알자지라방송 등에 따르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날 최고행정법원이 “아야 소피아의 지위를 박물관으로 정한 1934년 내각회의 결정을 취소한다”고 밝힌 직후 아야 소피아를 모스크로 바꾸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아야 소피아는 터키, 나아가 중동과 동유럽 역사의 변화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아이콘으로 여겨져 왔다. 비잔틴제국 황제 유스티니아누스 1세가 537년 콘스탄티노플(현 이스탄불)에 대성당으로 만든 이후 916년간 정교회의 본부와 같은 역할을 했다. 그러나 1453년 이슬람교를 믿는 오스만제국이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면서 아야 소피아는 모스크로 개조됐다. 제1차 세계대전 뒤 오스만제국이 붕괴되고, 터키 초대 대통령이 된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케말 파샤)는 세속주의를 강조하며 1934년 아야 소피아를 종교시설이 아닌 박물관으로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모스크로 운영될 때 회벽으로 덧칠됐던 모자이크 성화가 이때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번에 모스크로 바꿔도 다시 회벽을 칠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터키 안팎에서는 아야 소피아를 모스크로 바꾸기로 한 배경으로 에르도안 대통령의 보수 이슬람주의 성향을 꼽는 이가 많다. 2003년 3월부터 2014년 8월까지 총리로, 2014년 8월부터 대통령으로 재임 중인 에르도안은 ‘현대판 술탄’으로 불릴 만큼 이슬람주의를 강조해왔고, 이는 자신의 정치적 기반이 됐다.
하지만 정교회 신자가 많은 유럽 국가들은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터키와 역사적으로 갈등이 많았고, 정교회 신자가 다수인 그리스는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가 직접 나서 “(터키의) 결정을 강력히 비판한다. 이번 결정은 터키와 그리스의 관계뿐 아니라 유럽연합(EU), 유네스코, 그리고 국제사회 전체와의 관계에 영향을 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키릴 러시아정교 총대주교는 “아야 소피아가 지금처럼 중립적인 지위로 유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 터키의 친(親)러시아 외교와 중동지역 내 영향력 확대로 불편한 관계인 미국도 “터키의 결정이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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