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완주군 분토마을 주민들, 집중호우로 흙댐 위험수위 이르자
아랫마을에 긴급 대피 방송 보내… 방수포 미리 덮고 양수기로 물 빼내
“하마터면…” 대형 피해 막아
“저수지가 범람할 위험이 있으니 마을회관이나 면사무소로 즉시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8일 오전 9시 43분. 시간당 50mm의 장대비가 쏟아진 전북 완주군 소양면 죽절리 분토마을 확성기에서 임성호 이장(46)의 긴박한 외침이 흘러나왔다.
마을 위쪽으로 150m 떨어진 분토저수지가 전날부터 내린 비로 넘치기 직전이었다. 분토저수지는 1945년 흙으로 만들어졌다. 제방 길이 70m에 높이 6.3m로 12만3000t의 물을 담을 수 있다. 하지만 흙으로 댐을 쌓다 보니 물이 제방을 넘으면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주민들은 나흘 전부터 많은 양의 비가 내릴 것에 대비해 저수지의 물을 바닥까지 뺐다. 하지만 7, 8일 이틀 동안 예상을 넘어선 200mm 이상의 장대비가 쏟아지면서 저수지는 금세 빗물로 넘실거렸다.
주민들은 간단한 옷가지와 귀중품을 챙겨 황급히 마을회관으로 몸을 피했다. 하지만 긴장의 끈은 놓을 수 없었다. 저수지가 무너지면 마을은 물론이고 1km 떨어진 하류의 죽절리 마을도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임 이장은 다급하게 면사무소에 전화를 걸었다. “저수지가 범람할 수 있으니 아랫마을에 대피 방송을 해 달라”고 알렸다. 전화를 끊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수지 물이 제방을 넘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하늘에서는 억수 같은 비가 끊임없이 쏟아졌다.
다행히 하류로 흐른 물은 하천으로 흘러들었다. 한 달 가까이 이어진 집중호우로 제방이 약해질 대로 약해졌지만 붕괴되지는 않았다.
사실 제방이 무너질 것을 우려한 마을 주민들의 ‘숨은 공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달 초 집중호우로 저수지 물이 한 차례 넘쳤다. 임 이장과 주민들은 7일 또다시 시간당 50mm의 폭우가 예보되자 “이대로 두면 큰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직감했다.
급히 면사무소에 연락해 “제방이 무너질 것 같으니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면사무소에서 지원해준 가로세로 10m짜리 방수포 3장을 폭우가 쏟아지기 전날 제방에 덮어 응급조치를 했다.
방수포 덕분에 제방의 흙이 물에 쓸려 나가지 않았다. 결국 많은 양의 비가 쏟아지고 제방으로 물이 쉼 없이 넘쳤지만 제방은 무너지지 않았다.
임 이장과 주민들의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양수기 2대를 쉼 없이 돌려 저수지의 물을 빼는 데 혼신의 힘을 다했다. 임 이장은 “금방이라도 제방이 무너질까 걱정됐는데, 무사히 넘겨서 다행”이라며 “장마가 끝나면 군의 지원을 받아 제방의 높이를 보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완주군 관계자는 “마을 주민들의 선제적 조치로 분토마을은 저수지가 범람했지만 인명피해는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비가 그치면 저수지를 보강해 주민들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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