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서 대출이자 걱정하는 한국형 SF”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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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23일 개봉 ‘승리호’ 제작보고회
우주쓰레기 청소선 소재로 다뤄… 정형화된 우주인 이미지 탈피
송중기 “늑대소년 촬영때 힌트 들어, 조성희 감독 도전정신 굉장한 흥미”

18일 영화 ‘승리호’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유해진, 송중기, 조성희 감독, 김태리, 진선규(왼쪽부터). 송중기는 “우주선에 한글로 ‘승리호’라고 쓰여 있고, 태극기가 붙어 있는 장면을 보고 소름이 돋았다”고 말했다. 메리크리스마스 제공
18일 영화 ‘승리호’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유해진, 송중기, 조성희 감독, 김태리, 진선규(왼쪽부터). 송중기는 “우주선에 한글로 ‘승리호’라고 쓰여 있고, 태극기가 붙어 있는 장면을 보고 소름이 돋았다”고 말했다. 메리크리스마스 제공
칠흑 같은 어둠, 적막만이 흐르는 광활한 공간에 우주복 차림의 우주인들이 등장하는 할리우드 SF 영화는 한국 관객들에게도 익숙하다. ‘그래비티’ ‘인터스텔라’ ‘마션’…. 그러나 우주를 다룬 한국 SF 영화는 아직 없었다.

다음 달 23일 개봉하는 조성희 감독의 ‘승리호’는 최초의 한국형 우주 SF 영화라는 점에서 올해 최대 기대작으로 꼽힌다. 2092년 우주 쓰레기 청소선 ‘승리호’ 선원들이 대량살상무기인 로봇 ‘도로시’를 발견하고 이를 거액에 팔아 치우려는 계획을 꾸민다. 18일 온라인 제작보고회에 조 감독과 조종사 태호 역의 송중기, ‘장 선장’ 김태리, 기관사 ‘타이거 박’ 진선규, 로봇 ‘업동이’ 유해진이 참석했다.

승리호는 조 감독이 10년 전 친구와의 대화에서 떠올린 소재다. 10년간 캐릭터가 입을 티셔츠 한 장까지 고민하며 시나리오를 썼다.

“10년 전 친구가 우주 쓰레기의 이동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빠르고 사고도 난다고 하더라. ‘우주 쓰레기를 수거하는 우주 노동자’가 승리호의 시작이었다. 세계 어디를 가도 살아남는 한국인들이 우주 노동자가 되면 어떨까 상상하며 시나리오를 썼다.”(조성희)

송중기는 조 감독과 처음 호흡을 맞췄던 ‘늑대소년’(2012년) 촬영 당시 승리호에 대한 ‘힌트’를 들었다고 한다.

“그때 감독님이 ‘우주 활극’을 쓰고 있다고 이야기해 주셨다. 한국에서 처음 우주 SF를 만든다는 도전정신에 굉장히 흥미를 느꼈다. 만화적 색채가 강한 감독님과 우주 SF가 만나면 어떨까 궁금했다.”(송중기)

송중기의 말대로 영화 속 캐릭터들은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비주얼을 선보인다. ‘올백’ 머리에 보잉 선글라스의 김태리, 머리를 땋아 넘긴 진선규, 빛바랜 점퍼 차림의 송중기는 정형화된 우주인의 이미지를 완전히 탈피했다.

“감독님이 타이거 박 이미지를 그려서 보여주셨는데 드레드 헤어가 너무 맘에 들었다. 안 어울리면 삭발할 생각으로 미용실에서 15시간 동안 머리를 땋았다.”(진선규)

“장 선장이 입은 스마일 캐릭터의 티셔츠, 보잉 선글라스…. 감독님이 10년 이상 준비하면서 머릿속에 갖고 있던 확고한 캐릭터의 비주얼이 있었다.”(김태리)

승리호가 기존 할리우드 우주 SF 영화와 다른 가장 큰 차별점은 “구수하고”(김태리) “한국적이라는 점”이다(송중기).

“승리호의 등장인물들은 지금의 우리와 다를 바 없다. 대출 이자금을 걱정하고, 된장찌개에 쌀밥을 먹는다. 근사한 초능력 슈트를 입은 할리우드 영웅이 아닌, 한국 서민들이 우주선을 타고 날아다닌다는 게 승리호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조성희)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승리호#송중기#조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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