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상황에서 기업인들은 통제를 강화해 리스크를 줄이려 합니다. 하지만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심해질수록 해법은 직원 개개인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비결은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에 있습니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종신교수이자 경영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싱커스50 ‘최고의 학자상’을 2017년 수상한 리더십 분야의 구루 에이미 에드먼드슨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일수록 조직 내 심리적 안전감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 회사 문제 투명하게 공개
12월 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동아비즈니스포럼 2020’의 기조연설을 맡은 그는 심리적 안전감을 25년간 연구한 이 분야 대가다. 심리적 안전감은 내가 어떤 아이디어를 이야기했을 때 조직 내에서 비난받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의미한다. 내가 실수나 실패를 하더라도 비난받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을 때 사람들은 새로운 시도와 혁신을 생각해낼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을 방어하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쓰지 않는다. 이러한 심리적 안전감 개념은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경영 환경이 불확실해지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에드먼드슨 교수는 감염병 사태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경영자들이 의도적으로 회사의 나쁜 소식을 숨기려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하며 “오히려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려면 리더가 솔선수범해 회사의 문제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리더가 솔직해져야 조직 내 문제가 표면 위로 드러나고 조직원들도 자신이 처한 문제에 대해 솔직히 이야기하기 시작한다”며 “위기와 난관을 극복한 기업들에는 공통적으로 직원들이 소신 있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조직은 이를 격려하고 칭찬하는 문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최근 감염병 확산으로 인해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조직 내 심리적 안전감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냈다. 재택근무로 인해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이 증가하게 되면 사회적 신호나 비언어적 함의를 파악하기가 불가능하고 특히 누군가 내 의견을 지지해 준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어 고립감을 느낄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 화상회의 툴로 고립감 극복해야
이런 상황에 대한 대안으로 에드먼드슨 교수는 줌(Zoom) 같은 화상회의 툴을 적극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특히 화상회의 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지 않는 조직원들의 참여를 이끌 수 있는 방법을 리더들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드먼드슨 교수는 “익숙하지 않은 화상회의 상황은 직원들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을 주저하게 할 수 있다”며 “화상회의 플랫폼 도구의 ‘설문 기능’이나 ‘소회의실 기능’ 등을 활용해 침묵하려는 조직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리더들이 화상회의 이후 회의 중 별말이 없었던 참석자들을 따로 챙기는 것이 조직 내 심리적 안전감을 유지할 수 있는 팁”이라고 설명했다.
에드먼드슨 교수는 이어 심리적 안전감 이론이 유행하면서 심리적 안전감에 대한 오해 역시 생기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에 따르면 심리적 안전감이 있는 조직은 단순히 직원들이 서로 친절하게 대화하는 곳이 아니다. 오히려 듣기에는 조금 거친 말일지라도 생산적인 갈등을 통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학습하는 문화가 내재돼 있어야 한다.
에드먼드슨 교수는 심리적 안전감과 고용 안정은 전혀 다른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심리적 안전감이 있는 조직이라고 저성과자를 그대로 두고 보지는 않는다”라며 “그 대신 조직 내 심리적 안전감이 존재하면 저성과자들도 두려움 없이 자신의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전체 조직의 성과가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작지만 지능적인 실패
한편 그는 심리적 안전감이 조직의 성공을 무조건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두려움 없이 말할 수 있다고 해서 그 아이디어가 꼭 조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때 심리적 안전감은 능력 있는 인재들이 내는 좋은 아이디어가 사장될 위험을 줄여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에드먼드슨 교수는 모든 실패가 다 조직 내에서 용인돼야 하는 것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히려 “예방할 수 있는 실패를 용인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고, 이런 실패를 축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가 높게 평가하는 것은 ‘조직이 용인할 수 있는, 작지만 ‘지능적인’ 실패‘다. 에드먼드슨 교수는 “지능적인 실패란 가설에 기반하고 새로운 영역을 탐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패”라며 “이런 실패가 개선과 혁신의 중요한 원천이 된다”고 말했다.
○ 에이미 에드먼드슨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종신교수는
에드먼드슨 종신교수는 1996년부터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리더십, 팀 조성, 의사 결정 등을 가르치고 있다. 전설적인 미래학자 리처드 버크민스터 풀러와 함께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리더의 역할’을 연구한 바 있다.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2004년 ‘액센추어상’, 2006년 ‘쿤밍상’, 2018년 ‘수만트라 고샬상’ 등을 수상했다. 2017년에는 경영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싱커스50 ‘최고의 학자상’을 수상했다. 국내에 소개된 저서로는 ‘두려움 없는 조직’(사진), ‘티밍’, ‘익스트림 티밍’이 있다. 에드먼드슨 교수는 ‘동아비즈니스포럼 2020’의 기조 연사로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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