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파괴를 주도하는 것은 신기술이 아닌 고객이며, 코로나19 이후의 세계에서 고객이 가장 원하는 것은 ‘안전(safety)’이다.”
전 세계를 뒤흔든 시장 파괴자들의 공통점을 밝힌 경영전략서 ‘디커플링(decoupling)’의 저자 탈레스 테이셰이라 전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본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8년간의 연구 끝에 아마존, 넷플릭스, 우버 등의 신흥 기업이 시장 판도를 뒤바꿀 수 있었던 비결은 디지털 기술 자체가 아니라 제품 탐색, 평가, 구매, 사용 등 고객 가치사슬의 약한 고리를 끊고, 그 지점을 장악한 ‘디커플링’ 전략에 있다고 강조해왔다.
다음 달 2일 열리는 ‘동아비즈니스포럼 2020’의 강연자로 나서는 테이셰이라 교수는 “코로나 사태는 고객의 행동을 유례없이 급격하게 변화시켰지만 고객이 무엇을 원하고 중요시하는지, 어디에 돈을 쓰는지에 집중하면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 고객 불안을 해결하는 기업에 기회
그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사람들은 어떤 의사결정을 하든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게 됐고 소비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이에 그는 영화, 외식, 공연 등 전 산업에 걸쳐 기존 사업장의 안전을 보증하고 감염 우려를 해소해줄 수 있는 제3의 기업이 ‘디커플링’으로 기회를 얻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테이셰이라 교수는 “영화관, 레스토랑 등이 아무리 안전하다고 홍보해봤자 많은 사람은 기업이나 운영자의 주장을 잘 믿지 않고, 집에서 온라인 스트리밍 비디오를 보거나 배달 음식을 먹으려 할 것”이라면서 “신흥 기업의 경우 ‘안전성 평가’라는 고객 가치사슬의 일부만 공략해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변화 속에서 기존 기업들은 안전을 증명하면서, 동시에 수익을 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고객이 너무 많아도, 너무 가까이 앉아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적은 인원을 수용하고, 멀리 떨어져 있게 하면서도 수익성을 유지하려면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은 크게 두 가지다. 지금의 오프라인 환경을 그대로 쾌적하게 유지하면서 더 높은 가격을 받거나, 여러 개의 작은 공간으로 분리한 뒤 낮은 가격에 제공해야 한다. 테이셰이라 교수는 “결국 레스토랑이나 바, 헬스장 등이 개별 소비자를 상대로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새로운 환경에 가는 행위 자체가 프리미엄을 지불해야 하는 럭셔리(사치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코로나 이후 ‘V’자 반등하는 곳도
그는 또한 고객의 달라진 요구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기업들은 얼마든지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다며 에어비앤비를 대표 사례로 꼽았다. 감염 우려로 공유경제 비즈니스 모델이 위축되면서 타격을 입었던 에어비앤비는 철저한 고객 중심 접근으로 최근 ‘V’자 커브를 그리며 매출을 회복했다. 테이셰이라 교수는 “CEO가 나서서 예약자들에게 전액 환불 조치를 해주고, 호스트 피해도 일부 보상하는 한편 파티나 대규모 운집을 금지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했다”며 “이에 고객들이 돌아왔고, 최근에는 오히려 많은 사람이 동시에 묵는 호텔보다 에어비앤비를 더 신뢰하고 찾는 추세”라고 밝혔다. 그는 이처럼 코로나 시대에도 디커플링을 통한 혁신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테이셰이라 교수는 “고객의 시간이나 비용 등을 절감하는 등의 경제적 논리를 뛰어넘어 고객의 안전과 건강이란 가치를 내세울 때 시장을 혁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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