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전평 전투서 사망 故반철환 하사
유해 발굴뒤 5년간 보관돼오다
딸 DNA 채취로 극적 신원 확인
“이제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계셨음을 떳떳이 말할 수 있게 돼 기쁩니다.”
태어난 지 4일 만에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유해를 70년 만에 품에 안게 된 둘째 딸 반경아 씨(70)는 이렇게 말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2016년 7월 13일 강원 인제군 서화리 일대에서 발굴한 6·25전쟁 전사자의 신원이 고 반철환 하사(현 계급 상병)로 확인됐다고 12일 밝혔다. 고인은 올해 처음으로 신원이 확인된 국군 전사자다.
1924년 경북 상주군 이안면에서 태어난 고인은 1951년 3월 아내와 큰딸, 아내 배 속의 둘째 딸을 남겨두고 참전했다. 그는 8사단 16연대 소속으로 1951년 8월 24일 서화리 일대에서 벌어진 노전평 전투(1951년 8월 9일∼9월 18일)에 참가했다가 사망했다. 유엔군과 공산군의 1차 휴전회담이 진행되는 가운데 당시 8사단은 북한군과 치열한 고지쟁탈전을 벌였다. 후배 전우들이 그의 허벅지 뼈 일부와 탄피, 수통 등을 포함해 유품 다섯 점을 발견한 건 그로부터 65년이 지난 뒤였다.
5년가량 이름도 없이 보관돼 온 유해의 신원이 극적으로 확인된 건 지난달 반 씨가 유전자(DNA) 시료 채취에 참여해 유해와 유전자 비교 분석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유해발굴단은 과거 수많은 유해가 발굴됐던 노전평 전투 전사자의 유가족을 집중 탐문해 지난해 19구의 전사자 유해 신원을 확인했다. 올해는 반 하사가 첫 사례다.
유해발굴단은 향후 유가족과 협의해 이달 중으로 ‘호국의 영웅귀환 행사’를 진행하고 유해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할 방침이다. 이로써 2000년 4월 유해 발굴 사업이 시작된 이래 신원이 확인된 6·25전쟁 전사자는 158명이 됐다. 국방부는 “올해도 발굴된 전사자의 신원을 한 분이라도 더 찾기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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