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포트라이트’ 실제 주인공 마틴 배런 내달 사퇴하기로
“우리의 의무는 진실 말하는 것”
트럼프 ‘가짜뉴스’ 공격 정면 대응
사제 성추문 및 가톨릭 교단의 조직적 은폐 사실을 폭로해 미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보스턴글로브의 탐사보도를 이끈 마틴 배런 워싱턴포스트(WP) 편집장(67)이 다음 달 28일 사퇴한다. 이 보도는 2003년 퓰리처상을 받았고 당시 취재 과정을 그린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2016년 아카데미영화상 작품상을 받았다.
WP에 따르면 배런 편집장은 26일(현지 시간) 직원 메모를 통해 “새 출발을 할 때가 됐다”며 “편집장직은 민주주의 수호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었던 직책이었다. 우리의 의무는 진실을 찾고 진실을 말하는 것”이라는 사퇴의 변을 밝혔다.
1954년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유대계 이민자 후손으로 태어난 배런은 1976년 마이애미 헤럴드에서 언론인 생활을 시작했다. 뉴욕타임스(NYT), 보스턴글로브 등을 거쳐 2013년 1월 WP에 합류했다. 아홉 달 뒤 회사를 인수한 사주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주(57)의 지원을 받아 사세를 대폭 확장했다.
배런의 취임 당시 약 580명이었던 기자 수는 1000명 이상으로 늘었다. 미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 개인정보 수집 등에 관한 보도로 퓰리처상만 10차례 수상했다. 특히 종이신문 대신 온라인을 우선하는 전략으로 세계 언론계의 디지털 혁명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 WP의 디지털 전용 구독자는 100만 명이 넘는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배런의 위상과 영향력은 더 강화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비판적인 WP를 ‘가짜 뉴스’ ‘국민의 적’으로 폄훼했지만 굴하지 않고 트럼프 행정부의 각종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WP는 2017년 ‘민주주의는 (진실의) 암흑 속에서 죽는다(Democracy Dies in Darkness)’란 유명한 슬로건을 채택해 트럼프 행정부의 각종 압력에도 정권 비판적인 태도를 유지할 뜻을 고수했다.
배런은 사제 성추문 보도 때도 외압에 굴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아일랜드계 인구가 많은 보스턴에서 여러 유력 인사가 가톨릭 교단 전반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기사 게재를 방해했지만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사주 베이조스는 인스타그램에 “당신이 WP의 편집국을 어느 때보다 거대하고 강력하게 만들었다. 당신의 지성과 마음이 그리울 것”이라고 썼다. 배런의 후임자가 누구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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