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부터 지난달까지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해리 해리스 전 대사(65·사진)가 한국을 떠나기 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진 마지막 인터뷰에서 2019년 6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깜짝 회동의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FT가 5일(현지 시간) 공개한 인터뷰에서 해리스 전 대사는 판문점 회동 사실을 아는 사람은 서울에서도 몇 명 없었다며 “무(無)에서 시작해 정상회담으로 향하는 건 꽤 흥분되고 고무적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날 회동을 포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세 차례 김 위원장을 만난 것을 두고 “어릴 적 공상과학소설(SF)을 즐겨 읽었지만 그때도 이 같은 일을 상상할 수 없었다”며 양국 지도자의 만남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이 인터뷰는 지난달 서울 중구 미대사관저 하비브하우스에서 이뤄졌다.
미 해군 태평양사령관 출신인 해리스 전 대사는 새로 출범한 조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의 관계를 다르게 시작할 기회를 갖게 됐다며 “내가 제복을 입고 있던 시기보다 (양국 관계가) 확실히 더 나은 위치에 있다고 믿는다”고 진단했다. 또 한미 방위비 협상 과정에서 자신의 카운터파트였던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을 언급하며 “우리는 모든 것에서 일치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쌓이면서 우정을 갖게 됐다”고 했다.
해리스 전 대사는 한국 내 인종차별 분위기에 대해 많이 놀랐다는 뜻도 피력했다. 미 해군 출신인 백인 부친과 일본계 모친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재임 내내 일본계라는 이유로 일부 한국인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특히 일각에서 자신의 콧수염을 두고 “일제강점기 조선 총독을 떠올리게 한다”고 비판한 것에 대해 “일부는 인종차별(race baiting)이어서 매우 놀랐다. 이 문제를 가볍게 여기려 했지만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 긴장 때문에 덫에 걸릴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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