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세 할머니 ‘백신 삼만리’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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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스로 접종 예약한 美 할머니
계속된 폭설에 “걸어서 가겠다”
왕복 10km 거리 ‘접종 투혼’
“손자들 다시 안아보고 싶었다”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거주하는 올해 90세의 프랜 골드먼 할머니는 14일(현지 시간) 폭설과 추위를 뚫고 왕복 약 10km를 걸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았다. 시애틀 지역 방송 Q13 캡처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거주하는 올해 90세의 프랜 골드먼 할머니는 14일(현지 시간) 폭설과 추위를 뚫고 왕복 약 10km를 걸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았다. 시애틀 지역 방송 Q13 캡처
폭설과 추위를 뚫고 왕복 약 10km를 걸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미국 90세 할머니가 화제다.

16일(현지 시간) 시애틀타임스에 따르면 워싱턴주 시애틀에 거주하는 프랜 골드먼 할머니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기 위해 갖은 애를 써야 했다. 그는 백신 접종이 가능한 병원을 찾기 위해 몇 주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전화를 돌렸으며 딸과 함께 인터넷을 뒤졌다. 어렵사리 14일 시애틀어린이병원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기로 했지만 12일부터 계속된 폭설로 30cm가 넘는 눈이 쌓여 운전이 어려운 상태였다.

백신을 놓칠 수 없었던 골드먼 할머니는 걸어서 병원에 가기로 결정했다. 집에서 백신을 맞기로 한 시애틀어린이병원까지의 거리는 왕복 6마일(약 9.7km)이었다. 그는 백신을 맞기 전날 휴대전화를 들고 집부터 병원까지 3분의 2 거리를 가는 예행연습도 거쳤다.

14일 골드먼 할머니는 길을 나서기 전 ‘완전 무장’을 했다. 이날은 낮 최고기온이 영상 2도에 그칠 정도로 추운 날씨였다. 그는 간호사가 쉽게 백신 주사를 놓을 수 있도록 반팔 티셔츠를 입은 뒤 보온을 위해 양털 바지를 입었다. 그 위에는 양털 집업재킷과 다운코트, 비옷을 덧입고 눈 위를 걷기 위해 눈 장화까지 신었다. 지난해 골반 수술을 한 할머니는 두 손에 지팡이를 쥐고서 이날 오전 8시에 자택을 출발했다.

골드먼 할머니는 이날 예약 시간인 오전 9시 10분에서 5분을 지각했다. 하지만 문제없이 백신 접종을 마칠 수 있었다. 그는 “손자들을 다시 안고 싶어 미치는 줄 알았다. (백신 접종을 통해) 좀 더 편안해지기를 바랐을 뿐이다. 두 번째 백신 접종 때는 날씨가 허락한다면 운전을 하고 싶지만 그게 어렵다면 또 걸어갈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90세#코로나#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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