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 순찰중 현금가방 주워… 돈찾은 입주민 사례제안 사양
답례로 받은 컵라면, 동료들과 나눠… 주민들 단지에 미담 소개글 붙여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데 이렇게 주목을 받으니 쑥스럽습니다. 보답은 컵라면으로 충분합니다.”
부산 사상구 괘법2차 한신아파트 경비원 김영근 씨(67·사진)는 지난 설 연휴에 1000만 원이 넘는 돈이 든 가방을 주워 곧장 입주민에게 돌려준 소식이 알려져 화제가 되자 19일 이같이 말했다.
김 씨는 12일 오후 7시 반경 단지 안을 순찰하다 아파트 정문 근처에서 목욕 가방 한 개를 발견했다. 주인을 찾아주려고 가방을 열어 본 김 씨는 깜짝 놀랐다. 가방 안에 1만 원, 5만 원권 지폐와 상품권 등이 뒤섞여 있었던 것.
김 씨는 곧장 아파트 인근에 있는 덕포파출소에 습득물 신고를 했다. 경찰이 돈을 세어본 결과 가방 안에는 총 1632만 원이 들어 있었다. 다행히 가방 안에는 주인의 연락처가 있었다. 연락을 받고 달려온 주인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가방 주인은 아파트 입주민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김 씨와 가방 주인에게 ‘분실한 현금을 습득해 찾아준 사람이 총액의 최대 20%를 사례비로 받을 수 있다’는 규정을 설명했다. 이에 가방 주인은 “꼭 사례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김 씨는 “입주민의 분실물을 찾아 주는 건 경비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사례를 받을 수 없다”며 극구 사양했다고 한다.
집으로 돌아간 가방 주인은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 한다는 생각에 경비원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수소문한 뒤 컵라면 20박스(120개)를 전달했다. 김 씨는 아파트 단지 내 각 초소에 컵라면을 전달해 동료들과 나눠 먹었다.
김 씨의 동료들 사이에서 이 같은 미담이 퍼져나가자 입주민들이 아파트 단지 곳곳에 김 씨의 미담을 소개하는 게시글을 붙였다. 게시글 말미에는 ‘소작복덕(所作福德) 불응탐착(不應貪着)’이라는 구절이 있다. 금강경(金剛經)에 있는 말로 ‘선한 일을 하더라도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는 뜻이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김 씨에게 상패와 부상을 전달하기로 했다.
김 씨는 “별달리 큰일을 한 것도 아닌데 여러 분들로부터 관심과 칭찬을 받아 오히려 부끄럽다. 격려해 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 입주민은 “요즘 많이 힘든 시기인데 이런 따뜻한 분이 가까이 계시다는 사실만으로도 힘이 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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