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상이 의미 있지만 ‘고상한 체(snobbish)’ 하는 영국인에게 인정받아 특히 더 의미 있습니다.”
영화 ‘미나리’의 윤여정(74)이 11일(현지 시간)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로는 처음으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직후 영상을 통해 영어로 밝힌 소감이다. 시상식장에서는 웃음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영국영화TV예술아카데미(BAFTA)는 이날 영국 런던 로열 앨버트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윤여정을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발표했다. 미국배우조합(SAG)상에 이어 영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영국 아카데미상까지 거머쥐면서 윤여정의 미국 아카데미상 수상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그는 이날 호명된 직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한국 배우 윤여정입니다”라고 입을 뗐다. 이어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후보로 지명돼 영광이다. 아니, 이젠 수상자죠”라며 얼떨떨해했다. 그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남편 필립 공의 별세에 애도를 표한 후 “고상한 체하는 영국인에게 인정받아 더 의미 있다”며 위트 있게 말했다. 지켜보던 사회자 데이비드 오옐러워는 폭소를 터뜨렸고 객석에서도 환호가 나왔다. 윤 씨는 “그들이 나를 좋은 배우로 인정해줘 굉장히 기쁘다”고 마무리했다.
윤 씨는 수상 직후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영국인을 고상한 체한다고 표현한 건) 개인적 경험 때문이다. 여러 차례 영국을 방문했고 10년 전 케임브리지대에서 배우로서 펠로십을 했다. 그때 (영국인이) 고상한 체한다고 느꼈다. 나쁜 의미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영국은 긴 역사를 갖고 있고, 그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아시아 여성으로서 이들이 젠체한다고 느꼈다. 그게 내 솔직한 감정”이라고 덧붙였다.
윤 씨의 수상 소감에 대해 미국 연예매체 버처는 ‘2021년 최고의 수상 소감’으로 꼽으며 “영국인 면전에 대고 그들을 ‘고상한 체’한다고 표현하면서도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고 사람들을 모두 매혹시키다니. 그녀는 전설이다”라고 치켜세웠다. 버라이어티와 미국 연예매체 데드라인도 “가장 큰 웃음을 낳은 소감”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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