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만에 귀국 시각장애 홍성계 교수
“장애인에 대한 인식 더 나아져야… 비장애인과 같은 인격체 대우 중요
정부-사회가 적극적 투자 나서야”
“18년 전 한국을 떠나기 전엔 (제가) 도움을 요청하면 멀뚱히 서 있거나 도망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어요. 오랜만에 돌아오니 길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주려고 하더라고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훨씬 나아진 것 같아요.”
시각장애인인 홍성계 미국 애리조나대 특수교육학과 교수(49)는 15일 오후 서울 중구 지하철 1호선 시청역 1번 출구에서 만나자마자 연신 “참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홍 교수는 이날도 1번 출구를 찾아 헤매다가 마침 지나가던 청년에게 길을 물었다. 그랬더니 “여러 방법이 있는데, 마침 가는 길이니 같이 가자”며 함께 걸어왔다고 한다.
그는 “자연스럽게 요청에 응하는 태도에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많이 사라진 걸 느꼈다”고 말했다.
네 살 때부터 녹내장을 앓은 홍 교수는 일곱 살에 시력을 잃었다. 이후 특수교육 교사를 꿈꿨던 그는 1996년 유학을 떠났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교육받는 ‘통합교육’을 연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애리조나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따고 공주대에서 교수로 재직했다가 2014년부터 애리조나대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안식년을 맞은 그는 올해 1월부터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에 오랜만에 돌아왔다.
“그동안 한국의 장애인 관련 환경은 정말 비약적으로 발전했어요. 옛날엔 버스 운전기사분이 직접 정류장 안내 방송을 했잖아요. 그래서 어쩌다가 방송을 안 해주면 내릴 정류장을 놓치곤 했어요. 하지만 서울은 완전히 달라졌네요. 보행 점자 블록과 음향신호기, 스크린도어까지…. 미국보다 선진적입니다.”
장애인을 위한 기반시설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인식도 더 나아져야 한다. 홍 교수는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똑같은 인격체라는 생각이 보편적으로 자리 잡는 게 중요하다”며 “일부 은행에서는 장애인이 보조인 없이 계좌 개설을 못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것들이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문제들은 적극적인 정치 참여 등으로 해결할 수도 있다. 홍 교수는 “미국에선 장애인 관련 시민단체가 국회와 적극적으로 교류한다”며 “장애인 국회의원을 비례대표로 한 명 뽑은 뒤 모든 정치적 부담을 맡기는 현재의 한국 방식은 지속성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본다”고 했다.
“1990년대에 시각장애인이라고 하면 ‘직업이 안마사냐’는 질문이 돌아왔습니다. 앞으로는 장애인이 우주항공이나 인터넷 프로그램 개발 분야에도 적극 참여하는 사회가 돼야 합니다. 그런 환경을 만들려면 정부와 사회가 장애인을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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