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께선 정치가 중업(重業)이라고 하셨습니다. 이젠 어깨에 지셨던 무거운 짐 내려놓고 편히 영면하십시오.”
11일 오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고(故) 이한동 전 국무총리 안장식에서 현경대 전 의원은 추모사를 통해 고인을 기리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현 전 의원은 “87년 동안 힘들고 바쁜 세월을 달려오셨다”며 “격동의 시대, 변화와 발전의 시대에 정치의 주역으로 남긴 큰 업적은 역사에 기록돼 후대에 전해질 것”이라고 고인을 추모했다.
이날 고인은 현승종 정원식 전 국무총리 등과 나란히 현충원 묘역에 안장됐다. 소박한 장례식을 원했던 이 전 총리와 유족의 뜻에 따라 장례 절차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간소하게 진행됐다.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러 나선 안장식에는 유족과, 이 전 총리와 함께 정치권에서 동고동락했던 40여 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장례 첫날부터 빈소를 지킨 국민의힘 유의동 의원도 가족들 뒤에서 발인식부터 안장식까지 자리를 지켰다. 고인의 국회의원 시절 정책비서였던 유 의원은 “이 전 총리를 모셨던 보좌진 중 내가 제일 막내였는데 이렇게 떠나시니 내 정치인생의 한 막이 마무리된 기분”이라며 “마음이 먹먹하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6시경 서울 광진구 건국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된 발인식에는 상주인 장남 이용모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 사위 허태수 GS그룹 회장과 김재호 동아일보·채널A 사장 등이 참석했다. 고인의 시신이 운구차에 실리자 유족들은 슬픔을 감추지 못한 채 흐느꼈다.
이날 발인식을 마친 뒤 고인을 실은 운구차는 장례식장에서 경기 포천시 군내면 명산리 고인의 고향 생가로 이동했다. 이어 고인의 생가 앞마당에서 노제가 진행됐다. 북어포와 사과, 배를 올린 단출한 제사상에 고인이 생전에 즐기던 ‘한산 소곡주’가 제주(祭酒)로 올려졌다. 유가족과 친지, 이웃 주민 등은 고인의 영정 앞에 술을 따라 올렸다. 노제에는 박윤국 포천시장도 참석했다. 박 시장은 “포천의 큰 별이 지셨다. 고인은 포천시민이 큰 어르신으로 여기던 분이다. 시민을 대신해 노제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노제를 치른 뒤 운구차는 고인의 모교인 청성초등학교를 잠시 들렀다가 화장을 위해 서울추모공원으로 이동했다. 화장을 마치고 유골함에 담겨 나온 고인의 유해를 받아 든 유족들은 국립대전현충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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