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예술제에 출품됐지만 우익 항의로 3일만에 전시 중단
올해도 도쿄-오사카 전시는 무산
“강제연행 비극 다시는 없어야” 소녀상 만나러온 시민들 북적
우익, 9일부터 ‘맞불 전시’ 예고
6일 일본 나고야 공공 전시장 ‘시민 갤러리 사카에(榮)’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시작됐다. 이 소녀상이 2019년 8월 역시 나고야에서 열린 대형 예술제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출품됐다가 우익의 거센 항의로 3일 만에 전시가 중단된 지 2년 만이다. 올해도 수도 도쿄, 2대 도시 오사카 등지에서 전시가 추진됐지만 우익의 방해로 무산됐고 간신히 나고야에서만 열렸다. 500엔(약 5110원)의 입장료가 있음에도 이날 하루에만 약 400명의 관객이 모였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열린 전시에서는 소녀상 옆 빈 의자에 앉아 사진을 찍으려는 관객이 많았다. 소녀상 전시를 2년간 기다렸다는 회사원 우치다 다카시 씨(45)는 “소녀상을 마주하니 가슴이 벅차다. 내 딸(11세) 또래의 어린아이들이 강제 연행됐다는 사실이 특히 가슴 아프다”며 “다시는 이런 비극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자영업자 스기모토 데루코 씨(66·여) 역시 “인간에 대한 따스한 감정을 느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전시장에는 안세홍 작가가 촬영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사진도 등장했다. 안 작가는 태평양전쟁에 동원됐지만 전쟁이 끝난 뒤 조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조선인 위안부 피해자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일본의 침략 전쟁을 주제로 한 오우라 노부유키(大浦信行) 감독의 영상물 ‘원근을 껴안고 파트 2’도 전시됐다. 전쟁 당시 히로히토(裕仁) 일왕의 모습을 불태우는 화면에 ‘아리랑’을 배경 음악으로 넣었다.
시민단체 대표, 변호사 등이 주축이 된 전시 실행위원회 측은 11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 매일 300∼400명의 관람객이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위원회 공동대표 나카타니 유지(中谷雄二) 변호사는 “2년 전 가와무라 다카시(河村たかし) 나고야 시장이 ‘소녀상 전시는 일본인의 마음을 짓밟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역사를 마주하는 것이 왜 마음을 짓밟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면서 “전시를 재개해 우경화하는 ‘오른쪽’으로 향하는 일본의 분위기를 바꾸고 싶다”며 우익 세력의 반대에 개의치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시 개막 전부터 전화와 팩스 등으로 조직적인 방해 활동을 벌여온 우익 세력은 6일 전시장 앞에서 확성기를 들고 ‘전시 즉각 중단’을 주장하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일부는 욱일기를 흔들며 ‘한일 단교’까지 외쳤고, 일부는 일왕에 대한 모욕이라고 주장했다. 관람객으로 위장한 일부는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우익 세력은 ‘평화의 소녀상’이 있는 전시장 8층 바로 옆 공간에서 9일부터 ‘맞불 전시’를 열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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