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6시경 경남 함안군 칠원읍 광려천. 초등학생 7명이 무더위를 피해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하천 제방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가던 회사원 이동근 씨(46)의 눈에는 물속에서 장난을 치는 아이들의 모습이 여간 위험해 보이는 게 아니었다.
그 순간 “살려주세요”라는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이 씨는 자전거를 내팽개치고 곧장 물가로 뛰어갔다. 물놀이를 하던 아이들 중 3명이 물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나머지 아이들은 어찌 할 줄 몰라 발만 동동 굴렀다.
이 씨는 망설임 없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바닥에 발이 닿지 않을 정도로 수심이 깊었다. 12년간 취미로 수영을 한 이 씨지만 순간 당황했다.
아이들이 있는 곳까지의 거리는 30m. 한시가 급했다. 아이 셋을 한 번에 구해 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먼저 물가에서 가까운 A 군(8)과 B 군(9)부터 차례로 구해냈다. 체력이 떨어져 기진맥진했지만 마지막 남은 C 군(12)이 눈에 들어왔다. 이미 의식을 잃은 듯 보였다.
이 씨는 초조했다. 온 힘을 다해 C 군이 있는 곳까지 헤엄을 쳤다. 몸이 축 늘어져 있는 아이를 구조해 얇은 물가로 데리고 나오던 중 힘을 다한 이 씨는 쓰러졌다. 순간 ‘이러다 잘못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부인과 산책을 하던 정호식 씨(65)가 이 장면을 목격했다. 정 씨는 119구조대에 신고부터 했다. 그러고는 이 씨를 도와 아이의 상체를 잡아끌고 물 밖으로 나왔다. C 군은 힘겹게 의식을 되찾았다. 정 씨가 119구조대와 통화하며 빠르게 기도를 확보한 덕분이었다. 두 사람이 아이 3명을 구하는 데 걸린 시간은 5분 남짓이었다.
구조된 아이는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씨는 병원 치료를 권했지만 1시간 정도 현장에서 몸을 추스른 뒤 집으로 돌아갔다.
이 씨는 “상황이 많이 위급해 보였고 집에 있는 애들 생각도 났다. 아이들이 모두 무사하다니 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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