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산악회 소속 허승관씨, 1999년 원정 갔다 하산길 실종
김홍빈 실종 장소 인근서 시신 발견… 당시 동행했던 후배, 수습 자원
유족 “山사람 방식 장례 치러달라”
“승관이요? 부산 촌놈이었죠. 과묵하고, 성격 좋고, 선후배들도 잘 챙기는….”
연세대 산악 등반 동아리인 연세산악회 관계자는 2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홍빈 대장이 실종된 히말라야 브로드피크 현지 베이스캠프 인근에서 발견된 산악대원 고 허승관 씨(당시 27세)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연세대 사학과 92학번이었던 허 씨에 대해 산악회 선후배들은 “참 따뜻한 사람이었다”고 했다.
허 씨의 산악회 5년 후배인 직장인 현모 씨(43)는 허 씨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26일 파키스탄으로 떠났다. 산악회 관계자는 “(현 씨가) 22년 전 히말라야에서 승관이가 실종됐을 때 함께 등반했던 대원으로서 잘 챙겼어야 했다는 마음의 빚이 있었던 것 같다. 본인도 초행길이어서 승관이를 챙기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 씨는 1999년 6월 연세산악회가 고 박영석 대장 등반대와 함께 히말라야 브로드피크로 원정을 떠날 때 허 씨와 함께 참여했다. 원정대는 그해 7월 29일 해발 7400m 지점으로 등반을 시도하던 중 허 씨와 현 씨의 몸 상태가 나빠지자 이들에게 먼저 7100m 지점의 베이스캠프로 내려가 쉬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허 씨가 실종됐다. 대원들이 이틀간 수색작업을 했지만 허 씨의 빨간 재킷만 발견한 채로 철수해야 했다.
그로부터 22년이 지난 이달 초, 김홍빈 대장 원정대가 광주시산악연맹에 “브로드피크 베이스캠프 인근에서 한 외국인 등반대가 한국인 남성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전했고, 이 소식은 다시 연세산악회로 전해졌다. 허 씨 시신 옆에 연세산악회 재킷과 깃발이 있었다고 한다.
당시 함께 원정에 나섰던 산악회원들 중 현 씨가 생업을 뒤로하고 허 씨의 마지막 길에 함께하겠다고 자원했다. 현 씨는 다음 달 초 허 씨의 시신을 수습한 뒤 현지 장례 절차에 따라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 산악회 관계자는 “승관이 부모님께서 소식을 접하고 ‘승관이가 편하게 쉬고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며 “산에서 발생한 일인 만큼 장례 절차는 전문가들이 처리하는 방식을 따르겠다는 게 유족의 뜻”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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