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89만 작은나라서 럭비 2연패
광산 등 일하며 훈련… 노숙자 출신도
코로나 통금 속 피지인들 ‘환호’
피지항공 후원… 여객기 타고 귀국
냉동생선을 운반하는 화물기를 타고 2020 도쿄 올림픽에 출전한 피지 럭비대표팀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귀국하게 됐다. 귀국행 비행기는 화물기가 아닌 제대로 된 여객기다.
피지는 28일 일본 도쿄스타디움에서 열린 럭비 남자 7인제 뉴질랜드와의 결승에서 27-12로 이기며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이어 2회 연속 정상에 섰다. 오세아니아의 330개 섬으로 이뤄진 피지는 인구 89만 명의 작은 나라다. 이번 올림픽까지 피지가 획득한 메달 2개가 모두 럭비에서 나왔다.
피지 럭비 대표팀 50여 명은 올림픽이 열리기 전 도쿄행 비행기를 타야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피지와 일본을 오가는 여객기 운항이 모두 중단됐다. 다른 나라를 경유해 가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연결편도 마땅치 않아 화물기를 타고 도쿄에 도착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2만 명 이상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피지는 야간 통금이 진행 중이다. 럭비에서 금메달을 따자 피지 국민들은 집에서 불꽃을 터뜨리거나 환호를 질렀다. 거리에 쏟아져 나온 국민들은 춤을 추기도 했다. 피지 정부는 리우 올림픽 때 역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딴 쾌거를 기념하기 위해 럭비 대표팀이 귀국한 날을 국경일로 지정했다. 7달러짜리 기념 화폐도 발행했다. 이번에는 14달러짜리 기념 화폐를 발행할 예정이다.
피지 선수들 대부분은 길거리에서 생선을 팔거나 구리 광산이나 사탕수수 밭에서 일하며 럭비를 했다. 한 선수는 노숙자 출신이다. 올림픽 2연패를 계기로 선수들은 해외 진출의 기회를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로 냉동생선과 설탕을 수출하는 피지에서 이제 럭비 선수도 대표 수출품이 됐다.
고단하게 출국했던 대표팀은 피지항공의 후원을 받아 여객기를 타고 30일 피지에 도착한다. 대표팀 주장 제리 투와이는 “우리의 금메달을 의심하지 않았다. 화물기를 타고 힘들게 도쿄에 도착했고 이젠 금메달과 함께 (코로나19로 못 만난) 가족을 5개월 만에 볼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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