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청원경찰 기지로 ‘로맨스 스캠’ 막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8일 03시 00분


부산銀 반송운봉영업소 박주현씨
30대 여성 1800만원 피해 막아
2월엔 50대 보이스피싱도 차단

12일 오후 3시 부산 해운대구 BNK부산은행 반송운봉영업소. 로비매니저(청원경찰) 박주현 씨(45·사진)는 송금 서류를 쓰고 있는 30대 여성 A 씨에게 다가섰다. 대기 인원이 많았고 영업 마감을 1시간 앞둔 터라 뭐라도 도울 일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A 씨는 “결혼을 약속한 사람이 이란에서 한국으로 온다”며 들뜬 표정이었다. A 씨는 몇 개월 전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란 국적의 남성을 사귀었다. A 씨는 이 남성이 결혼을 위해 이란에 있는 부모의 허락을 받았고 최근에는 이란 정부의 허가가 나 돈을 보내러 왔다고 했다.

수상한 낌새를 챈 박 씨는 A 씨에게 “서류가 있느냐”고 물었다. A 씨는 서류 대신 대뜸 휴대전화 메시지를 내밀었다. “본국(이란)이 자랑하는 ○○와 결혼하려면 국적을 이란에서 한국으로 바꿔야 하며 1800만 원이 든다”고 적혀 있었다.

박 씨는 최근 유행하는 ‘로맨스 스캠’이라고 확신했다. 가짜 소셜미디어 계정으로 연인처럼 친분을 쌓은 뒤 돈을 요구하는 새로운 사기 수법이다. 박 씨는 A 씨를 상담실로 안내했다. 인출책이 동행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박 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신용대출까지 받아 사기단에 돈을 송금하려 했던 A 씨는 박 씨의 재치로 피해를 면했다. 경찰은 이 남성의 뒤를 쫓고 있다.

박 씨는 올 2월 50대 남성의 보이스피싱 사기 피해도 막았다. 상대방을 높여 부르며 통화하는 모습이 어딘가 초조해 보였다. 말을 걸었지만 “친구에게 돈을 보내고 있다. 신경 쓰지 마라”며 쏘아붙였다. 박 씨는 이런저런 말을 건네며 관심을 보였다. 결국 이 남성은 “1500만 원을 보내면 코로나 지원금 5000만 원을 준다고 해 돈을 보내려 한다”고 말했다.

#청원경찰 박주현 씨#로맨스 스캠 차단#보이스피싱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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