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정부에서 경제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 한국은행 총재를 지내고 금융실명제 등을 도입해 한국 경제사에 한 획을 그은 이경식 전 부총리(사진)가 15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8세.
고인은 1933년 경북 의성군에서 태어나 경기고, 고려대 상대를 졸업하고 1957년 한국은행 조사부에 들어갔다. 한은 재직 중 1961년 경제기획원(EPB) 창설 멤버로 공직에 발을 내디뎠다. 경제기획원 기획국장, 체신부 차관을 거쳐 박정희, 최규하 전 대통령의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냈다.
고인은 대우자동차 사장 등을 역임한 후 1993년 2월 김영삼 정부의 초대 경제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에 발탁됐다. 그해 한은 입행 동기였던 당시 김명호 한은 총재와 호흡을 맞춰 가장 성공한 금융개혁으로 평가받는 금융실명제를 도입했다. 또 농산물 시장 등에 대한 다자 간 무역협상인 ‘우루과이 라운드(UR)’ 협상도 이끌었다. 협상이 마무리되면서 쌀 시장 개방에 대한 책임을 지고 1993년 12월 부총리 자리에서 물러났다.
1995년에 한국은행 총재를 맡으며 한국은행 독립을 강화하는 한국은행법 개정에 성공했다. ‘한강의 기적’을 이끈 경제 관료였지만 말년엔 외환위기의 역경을 맞았다. 1997년 11월 한은 총재인 고인과 임창열 전 부총리, 미셸 캉드쉬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구제금융 양해각서에 서명하면서 IMF 체제에 들어갔다. 이후 ‘환란 주범’으로 몰리며 1998년 3월 한은 총재에서 물러났다. 당시 정부 관료들이 회고록을 쓰거나 관직에 재기한 것과 달리 고인은 충북 영동군에서 농사를 지으며 소박하게 살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이영숙 씨와 아들 일현 재현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발인은 18일 오전 11시. 02-2258-5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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