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빨간 마후라… 62세에 날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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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설계자-‘공부의신’ 유튜버 등
535 대 1 뚫은 공군 국민조종사 4인
FA-50, T-50 타고 한반도 상공비행
“코로나 극복 용기와 희망 주고싶어”

제8기 공군 국민조종사로 선발된 강해구 김보준 손효영 강성태 씨(왼쪽부터)가 23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FA-50, T-50 등 항공기 비행 체험을 하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군 제공
제8기 공군 국민조종사로 선발된 강해구 김보준 손효영 강성태 씨(왼쪽부터)가 23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FA-50, T-50 등 항공기 비행 체험을 하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군 제공
23일 오전 10시 반 전투기 비행을 체험하는 ‘국민조종사’ 4인이 탑승한 FA-50 경공격기 2대와 T-50 고등훈련기 2대가 일제히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이륙했다. 이들 항공기 편대는 서해대교부터 동쪽으로 태백산맥, 삼척 해안을 거쳐 1시간가량 한반도 상공을 횡단했다. 특히 1대당 베테랑 조종사 1명을 배치해 공군 조종사가 받는 공중전투, 전술임무 기동훈련도 진행했다.

공군은 2007년부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21’(ADEX) 행사와 연계해 대한민국 영공을 수호하는 공군의 임무를 소개하고 국산 항공기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국민조종사를 선발해왔다. 올해 제8기 국민조종사 선발에는 역대 최다인 2143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이날 비행한 4인은 535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서류심사와 화상면접, 비행환경 적응훈련 등을 거쳐 선발된 인원이다.

최고령인 강해구 씨(62)는 과거 본인이 2년 6개월간 설계개발 엔지니어로 참여했던 T-50에 탑승하는 감격을 누렸다. 그는 탑승 전 “항공기 설계에 평생을 바쳤지만 실제 운행은 상상만 해왔다”면서 기대감을 드러냈다.

애초 강 씨는 가족들에게 “괜한 일 한다”는 타박을 받을까 지원 사실을 숨겼다고 한다. 그는 “합격 사실을 알리자 가족들이 무척 기뻐했다”면서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퇴물’ 취급을 받은 적 있는데 (나이가)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도전하는 모습이 60대에 동기를 불러일으켰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유명 유튜버인 공부의신 강성태 대표(38)도 항공공학 전공자로 대학 시절 T-50 개발 소식을 듣고 감격한 기억을 떠올리며 국민조종사에 지원했다. 공군 정비병 출신인 손효영 씨(41)는 6월 18년간 다닌 회사를 퇴직하고 아이들에게 도전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간호사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격리치료 병동에서 1년째 파견 근무 중인 김보준 씨(31)는 비행환경 적응훈련을 회상하며 “기절 직전까지 몰렸지만 다행히 버텼다. 저압실을 체험하며 조종사들이 위험한 환경에서 헌신하고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실제 여러 참가자가 적응훈련에서 ‘블랙아웃’에 빠지기도 했다. 매일 방호복을 입고 땀에 절어 퇴근하는 일상을 반복하다 공고를 보게 된 김 씨는 “의료진과 국민들에게 코로나19를 함께 극복할 수 있다는 용기와 희망을 주고 싶다”고 했다.

이 4인은 비행을 마치고 ADEX 행사장에서 박인호 공군참모총장에게 국민조종사로 임명됐음을 신고했다. 박 총장은 공군조종사의 상징인 ‘빨간 마후라’를 직접 매주며 “각자의 위치에서 국민께 꿈과 희망을 선물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국민조종사#fa-50#t-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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