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계 거목으로 임권택 감독과 함께 ‘장군의 아들’ ‘서편제’ ‘취화선’ 등 많은 작품을 제작한 이태원 전 태흥영화사 대표(사진)가 24일 별세했다. 향년 83세. 지난해 5월 뇌출혈로 쓰러져 치료를 받아왔다.
고인은 1959년 영화 ‘유정천리’를 제작했지만 흥행 실패로 큰 빚을 졌다. 건설업 등을 하다 1974년 극장이 딸린 경기 의정부의 상가를 인수하면서 영화계로 돌아왔다. 제작자로 나선 건 1983년. 태창영화사를 인수해 태흥영화사로 이름 붙인 뒤 임 감독과 ‘비구니’ 제작에 돌입했다. 그러나 불교계의 반발로 제작을 중단했다.
“다신 영화를 하지 않겠다”던 고인은 1984년 이장호 감독과 ‘무릎과 무릎 사이’를 공동 제작한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제작에 나선다. 이 감독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매사에 힘이 넘치셨다. 1985년 ‘어우동’ 제작 때는 엑스트라 의상까지 시대별로 고증한 의상으로 바꿔주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던 과감한 분이셨다”고 애도했다.
고인은 임 감독, 정일성 촬영감독과 함께 ‘영화계 트로이카’로 불리며 한국 영화의 역사가 됐다. 임 감독과는 1989년 ‘아제아제 바라아제’로 다시 손잡은 뒤 ‘장군의 아들’ ‘서편제’ ‘춘향뎐’ ‘취화선’ ‘하류인생’ 등 총 11편을 함께 만들었다. ‘서편제’는 한국 영화로는 처음 서울 관객 100만 명을 돌파했다. 2002년에는 ‘취화선’이 칸 영화제에서 한국인 최초로 감독상을 받았다. 은관문화훈장, 옥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영화 ‘공정사회’를 연출한 이지승 감독이 아들이다. 유족으로는 부인 이한숙 씨와 딸 선희 씨, 아들 철승 효승 지승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세브란스병원, 발인은 26일 오전 7시. 02-2227-7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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