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前대법관 에세이 펴내
“어릴 적에도 판사 시절에도 독서광
책 통한 나만의 상상력 펼치기 짜릿”
“평생 유일하게 계속해온 것은 책읽기뿐입니다.”
30년 가까이 법관으로 살아온, 그래서 여성 최초의 대법관과 국민권익위원장이 된 김영란 전 대법관(65). 이런 타이틀 너머로 만난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독서광’이었다. 몸에 밴 특유의 독서 습관이 있다는 것부터 스마트폰이나 넷플릭스에 책 읽는 시간을 빼앗기는 데 슬픔을 느끼는 것까지 독서 애호가들의 마음과 꼭 닮아 있었다. 자신의 삶을 구성했던 독서의 경험을 담은 에세이 ‘시절의 독서’(창비)를 최근 펴낸 그를 지난달 28일 경기 수원시 아주대에 있는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알베르 카뮈(1913∼1960)의 ‘이방인’을 초등학교 때 읽었어요. 그때는 책이 귀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닥치는 대로 읽는 수밖에 없었답니다. 친구 집에 놀러 가도 책장에 꽂힌 세계문학전집을 읽느라 노는 것도 잊을 정도였어요.”
김 전 대법관의 책에 대한 사랑은 판사 시절에도 사그라지지 않아 주변의 의아함을 자아낼 정도였다. 그는 “너는 판사인데 왜 소설을 읽느냐”는 동료 판사들이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마사 누스바움이 말하길 판사가 재판하는 건 독자가 소설을 읽는 것과 비슷하다고 했습니다. 재판 당사자들의 심정을 헤아리는 작업이 소설에서 펼쳐지는 상황을 이해하는 것과 그리 다르지 않기 때문이죠.”
이번 책에서 그는 영국 소설가 도리스 레싱(1919∼2013)의 ‘금색공책’ ‘생존자의 회고록’ 등에서 사회를 바라보는 여성주의적 시선을 엿볼 수 있었다고 밝힌다. 프란츠 카프카(1883∼1924)의 ‘성’을 관료주의 세계에 대한 암울한 예측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다른 세상에 가는 것과 같습니다. 영상 매체를 통해 남이 상상한 세계를 구경하는 것도 분명 즐거운 경험이지만 책을 통해 나만의 상상력을 펼쳐보는 것도 짜릿한 경험을 선사해 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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