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체제 예술가 바디유초
이탈리아서 ‘중국은 가깝(지않)다’ 展
中대사관 “반중국적” 취소 압박
미술관측 “비판은 예술의 기능” 강행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곰돌이 푸에 빗대어 희화화하고 친중국파인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을 시 주석과 닮은 모습으로 그린 작품들이 이탈리아 미술관에 등장했다. 중국 당국은 이 전시를 막으려 압박을 가했지만 시도가 무산됐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NYT에 따르면 이러한 초상화를 포함한 중국의 현대미술가 바디유초(35·사진)의 개인전이 이탈리아 북부 소도시 브레시아의 ‘산타 줄리아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중국은 가깝(지않)다―반정부 예술가의 작품들’이라는 제목으로 지난달 13일 개막했다. 톈안먼(天安門) 사태를 비판하면서 작가의 피로 그린 회화 작품 ‘시계(watch)’도 전시됐다. 곰돌이 푸는 시 주석과 닮았다는 이유로 중국에서 금기시되고 있다. 시 주석을 조롱할 때 이 캐릭터를 사용하기도 한다.
바디유초의 전시회 소식이 알려지자 주이탈리아 중국대사관은 브레시아 시장에게 전시 취소를 요구하는 e메일을 보냈다. 도이치벨레(DW)에 따르면 중국대사관은 메일에 “(바디유초의 작품이) 반중국적 거짓말로 가득 차 있다”며 “전시를 강행하면 이탈리아와 중국의 우호적 관계를 위기에 빠뜨릴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나 시와 미술관은 전시회를 강행했다. 에밀리오 델 보노 시장은 “이 전시는 중국을 나쁘게 비추는 것이 아니며 사회 비판은 예술의 기능”이라며 “브레시아시는 표현의 자유를 존중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답했다. 중국 측으로부터 답변은 오지 않았다고 NYT는 보도했다.
중국 출신으로 호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바디유초는 중국의 유명 반체제 예술가인 아이웨이웨이(艾未未·64)의 조수로 일했다. 2018년 홍콩에서도 중국을 비판하는 작품을 전시하려다 상하이에 있는 가족이 중국 정부로부터 협박을 받자 그만두기도 했다. 수년 동안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가명을 사용했기 때문에 ‘중국의 뱅크시’라는 별명도 붙었지만 2019년 다큐멘터리를 통해 얼굴을 공개했다.
바디유초는 전시 개막 이후 AFP통신과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나의 예술을 중국 정부의 거짓말을 드러내고 그들을 비판하는 데 사용하고 싶다”며 “이는 당국의 압박에도 중국 시민이 얼마나 용감하게 맞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바디유초의 전시는 내년 2월 13일까지 열린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