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서 오른손 장애 전쟁 영웅… 1950년 하원 의원 시작 ‘35년 의원’
3수 끝 도전 대선서 클린턴에 패배
바이든 “친애하는 친구” 추모 등 여야 가리지 않고 애도의 물결
미국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였던 밥 돌 전 상원의원이 5일(현지 시간) 폐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98세. ‘공화당의 거인’으로 불렸던 그의 별세 소식에 워싱턴 정가에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추모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돌 전 의원은 3차례 대선에 출마했던 미국 공화당의 거물 정치인이다. 제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이자 35년간 연방 상·하원 의원을 지내며 의회를 이끌었던 미국 정계의 대표적인 원로 지도자로 평가받는다.
1923년 캔자스주에서 태어난 그는 1943년 제2차 세계대전에 육군으로 참전했다. 1945년 이탈리아 볼로냐의 전쟁터에서 독일군의 포탄에 맞아 평생 오른손을 쓰지 못하는 장애를 갖게 됐다. 그는 2018년 조지 H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추모식에 휠체어를 타고 참석했다가 거동이 불편한 몸을 일으켜 왼손으로 거수경례를 해 미국인의 감동을 자아냈다.
1950년 캔자스주 하원의원에 당선되며 정치를 시작한 그는 1960년 연방 하원의원으로 중앙정치에 진출한 데 이어 1968년 상원의원에 당선되며 보폭을 넓혔다. 1985년부터 1996년까지 11년간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를 맡아 사회보장 개혁을 비롯한 주요 입법 과정의 협상을 책임졌다.
그는 1976년 제럴드 포드 당시 대통령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지명됐으나 포드 후보가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지미 카터에게 밀려 선거에서 졌다. 이후 1980년과 1988년에는 직접 대선에 뛰어들었지만 경선에서 밀렸고 1996년 세 번째 시도에서 공화당 대선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재선 도전에 나선 민주당의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에게 패했다.
남달랐던 유머 감각은 그의 대중적 인기를 높여준 또 다른 바탕이었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유머러스한 일화와 발언 등을 소개한 ‘위대한 대통령의 위트’라는 책을 쓰기도 했던 그는 삭막한 정치권에서 유머와 여유를 잃지 않았던 정치인으로 기억된다. 그는 2018년 미국 최고 훈장 중 하나인 의회 명예훈장을 받았다.
그는 북한을 향해서는 ‘잔혹한 독재정권’이라고 비판하는 등 강경한 목소리를 냈던 정치인이었다. 공화당 원내대표 시절인 1993년 1차 북핵 위기가 발생하자 북한의 핵 미보유 확인, 핵 계획 중단 때까지 북한에 대한 경제 지원을 반대했다.
이날 워싱턴에서는 공화당은 물론이고 민주당에서도 그를 추모하는 성명과 메시지가 쏟아졌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돌 전 의원을 ‘친애하는 친구(dear friend)’라고 칭하며 “우리 역사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정치인이자 ‘가장 위대한 세대(1900∼1924년생)’에서도 가장 위대한 전쟁 영웅이었다”고 평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그는 당은 달랐지만 24년간 상원에서 함께 활동하며 정파를 초월한 우정을 쌓은 사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돌 전 의원이 암 투병을 시작한 2월엔 직접 병상을 찾아 격려하기도 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전 생애를 미국에 봉사하는 데 바친 밥 돌은 현 시대는 물론이고 후대의 여러 세기에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했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전쟁영웅이자 나라를 당 위에 놓았던 진정한 정치 지도자”라고 기렸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미국의 가장 훌륭한 가치를 대표하는 위대한 애국자”라고 평가했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진정한 애국자”라고 애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를 기리기 위해 백악관을 비롯한 공공건물, 군기지 등에 9일 일몰 때까지 조기 게양을 지시했다.
댓글 0